과천 정부2청사 1동 6층의 재정경제원 예산실. 해마다 7,8월이면 타부처 공무원과 정부산하기관 임직원들이 초조한 표정으로 복도에 진을 치고 로비공세를 벌인다.
『김사무관님, 이 사업은 장관님이 특별히 관심을 갖는 겁니다. 저좀 살려주세요. 승진도 걸려 있고…』(모부처 P과장)
『이런 사업에 예산을 어떻게 줍니까. 부처 수준이 그 정도밖에 안됩니까』(예산실 김사무관)
『죄송합니다. 하여튼 김사무관님만 믿겠습니다』
P과장은 전형적 「읍소형」. 『무조건 예산을 따내!』라던 장관의 호통을 생각하면 체면차릴 여유도 없다.
재경원장관을 단체로 면담한 모 광역의회 의원들은 「과시형」. 카메라맨까지 대동한 의원들은 별 얘기도 못한 채 장관과의 단체사진 찍기에 열심이었다. 의원들은 지역구에 내려가 그 사진을 잔뜩 뿌렸다. 『우리 지역 예산을 따내려고 재경원장관까지 만나고 왔습니다』
「폭력형」도 있다. 아예 술 한잔 걸치곤 담당 과장과 사무관에게 행패를 부린 모부처 K씨가 대표적 사례.
「잔재주형」은 검찰 경찰 안기부 등 권력기관이 애용하는 방식. 앞에선 점잖게 부탁하지만 뒤에서 갖가지 「꼼수」를 쓰는 유형.
예산철이면 갑자기 과천시내에 음주단속을 대폭 강화하는 식이다. 예산실 직원을 잡아 흥정을 해보자는 생각이지만 애꿎은 공무원들만 애를 먹곤 한다.
요즘엔 경제논리를 내세우는 「설득형」도 힘을 얻고 있다.
이렇다할 연줄도 없는 부처나 기관들은 이른바 관관(官官)접대나 뇌물로 예산실 사람들을 움직이려 한다. 최근 드러난 예산실 간부 수뢰사건은 그런 경우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민원 처리 파워가 세기로는 청와대 다음이 예산실」이라는 말까지 있다. 예산실이 부탁하면 각부처 인사에서부터 행정관련 민원 등 웬만한 것은 해결된다는 얘기다. 한편 예산실은 업무성격상 막강한 파워를 갖고 있음에 따라 억울한 오해도 많이 받는다. 이 때문에 「투명하고 엄정한 예산편성」을 위해 애쓰는 모습도 보인다. 金正國(김정국)예산실장은 『타 부처 사람들과 일절 회식을 삼가고 근무지 밖에서 만나는 일도 하지 말라』고 특별지시를 내려놓았다. 예산 심의과정을 공개하는 일도 검토중이다.
〈임규진·허문명·이용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