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수사/입여는 鄭회장]「정태수 리스트」전모 드러난다

  • 입력 1997년 2월 4일 08시 22분


한보특혜대출의혹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급진전하고 있다. 鄭泰守(정태수)총회장이 2일 『여야 국회의원 10여명에게 명절이나 선거 때마다 수시로 돈을 주었다』고 진술하는 등 입을 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정태수 리스트」가 그 전모를 드러내기 시작한 셈이다. 정총회장은 구속 3일만인 2일 밤 처음으로 서울구치소에서 지낸 뒤 3일다시 검찰에 소환돼 상당한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정총회장이 자신이 수억원의 대출커미션을 건네준 시중은행장의 이름과 구체적인 자금전달경위를 털어놓았다』며 『수사가 예상외로 초고속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정총회장이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대출압력을 행사해달라』고 청탁한 관계(官界)인사와 거물정치인들까지 순순히 털어놓았다』며 『4일 현직 은행장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신호탄으로 금융계는 물론 관계와 정치권까지 엄청난 광풍이 휘몰아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처럼 검찰수사가 갑작스럽게 초고속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이번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정총회장의 입을 여는데 성공했기 때문. 정총회장이 이번 사태의 파장이 의외로 심각한 것을 의식한 듯 한동안 고심한 끝에 『지금부터 모든 것을 밝히겠다』고 태도를 완전히 바꾸었다는 것이 검찰관계자의 설명이다. 막상 정총회장이 입을 열기 시작하자 검찰 관계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오전 한 수사관계자는 『상황이 매우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며 매우 당황스런 표정을 지었다. 검찰은 이날 하룻동안 보강수사를 벌인 끝에 정총회장의 진술대로 일부 은행장들이 수억원대의 대출커미션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자 이들을 우선적으로 소환키로 하고 3일 밤 3명의 현직은행장에게 소환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확인된 액수는 수억원대이지만 추가조사가 진행되면 대출커미션 액수는 수십억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전했다. 정치권의 실력자들이 대출을 청탁하는 등 정총회장이 막강한 배경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자 이들 은행장이 아무런 죄의식없이 커미션을 챙긴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검찰의 분석이다. 검찰은 이들 시중은행장을 상대로 대출커미션 수수사실을 확인한 뒤 곧바로 대출압력을 행사한 정치권 인사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대출에 개입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혀낼 계획이다. 그리고 정총회장이 털어놓은 리스트에 올라 있는 관계와 정치권 인사들을 차례로 소환해 형사처벌할 계획이어서 이번 수사는 빠르면 이번주안에 결판이 날 전망이다. 특히 관계와 정치권 인사들 중에는 고위관료와 여권의 실력자들이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수사가 진행될수록 그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金正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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