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銀 『한보건설 죽일수도 없고 살리기도 뭐하고…』

  • 입력 1997년 1월 31일 20시 09분


[白承勳·黃在成기자] 「죽이자니 피해가 크고 살리자니 부담이 되고…」. 「한보파장」 와중에도 부도가 나지않은 한보건설(옛 유원건설)을 놓고 제일은행과 鄭泰守(정태수)한보그룹총회장이 물밑 밀고당기기를 하고 있다. 한보그룹은 한보철강 ㈜한보 한보에너지 상아제약 등 4개사를 법정관리신청했지만 한보건설에 대해서는 신청을 하지 않았다. 한보철강과 지급보증으로 얽혀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한보건설은 유원건설이 지난 95년4월 부도를 낸뒤 같은해 6월 한보그룹에 인수되면서 이름이 바뀌어 경영정상화 과정을 밟고 있는 회사. 제일은행은 한보철강 등이 부도 처리된 직후인 지난 25일 제2금융권으로부터 견질어음 50억원 상당이 돌아왔으나 이를 막아주는 등 한보건설을 일단 「살려놓고」 있다. 여기에는 속사정이 있다. 한보건설은 현재 공정이 15%정도 진행된 필리핀 다목적댐공사(2억3천만달러)를 수주하면서 부도 등의 문제가 생길 경우 총공사비의 50%인 1억1천5백만달러(약1천억원)를 위약금으로 물기로 했는데 이를 제일은행이 전액지급보증했다는 것. 따라서 한보건설을 부도낼 경우 제일은행이 위약금 1천억원을 물어야할 형편. 게다가 한보건설의 부채 6천5백억원중 제일은행 몫이 거의 대부분인데 반해 담보는 거의 없는 상태여서 한보건설의 부도에 따른 부담을 제일은행측이 감당하기가 어렵다는 것. 제일은행은 부담이 늘어나자 이사회결의로 △정총회장 일가 주식 6백만주 담보제공 △한보건설본사를 서울 대치동 임대건물에서 서소문 본사로 이전해 임대금을 운영자금으로 쓸 것 등 5개항의 각서에 30일까지 도장을 찍을 것을 한보측에 요구하고 있다. 이에대해 정총회장은 제일은행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같은 움직임을 볼때 제일은행의 한보건설 처리방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그룹에서 분리, 독자적으로 운영한 뒤 다시 인수할 제삼자를 물색할 것으로 재계는 예상하고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