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가 흉내 낼 수 없는 물리적 실체성의 가치 재평가
알렉산더 프록터의 브론즈 명작, 경매 추정가 2배 상회하며 낙찰
주조 상태와 표면 질감이 가격 결정하는 ‘입체 예술’의 희소성
단순 감상용 넘어 디지털 시대의 차별화된 경제적 자산으로 안착
알렉산더 피미스터 프록터 대표작 숨어 기다리는 표범. 코네티컷 웨스트포트 옥션 제공
평면 예술 위주로 흘러가던 글로벌 미술 시장의 기류가 변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정교한 이미지를 순식간에 생성해내는 환경이 보편화되면서, 작가의 손길이 닿은 물리적 조형물에 대한 갈망이 매수세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가상 세계가 범람할수록 복제가 불가능한 조각의 실체적 가치가 시장에서 다시금 조명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흐름은 주요 경매 현장의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알렉산더 피미스터 프로터의 청동 조각은 최근 3만 달러에서 5만 달러 사이의 견고한 가격대를 형성하며 거래를 마쳤다. 작품의 보존 상태와 제작 연대에 따라 5만 달러 선을 웃도는 낙찰가가 형성되는 등 탄탄한 수요층이 확인되었다. 특히 코네티컷에서 열린 경매에 등장한 브론즈 작품 ‘스토킹 팬서’는 당초 예상치였던 1만 달러를 두 배 가까이 뛰어넘는 1만9500달러에 주인이 결정되며 현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미술계 전문가들은 조각만이 가진 물리적 실체성을 가치 상승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한다. 이미지를 소비하는 방식에 가까운 회화와 달리, 조각은 사용된 재료와 주조 기법, 표면의 질감 자체가 작품의 정체성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설령 형태가 동일하더라도 제작 시점이나 금속의 배합 등에 따라 개별적인 가치가 부여되므로, 무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환경에서 가장 강력한 차별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거래 현장의 양상도 여타 매체와는 사뭇 다르다. 사진이나 영상만으로 구매 의사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은 평면 예술과 달리, 조각은 실물을 대면하려는 요구가 압도적이다. 실제 경매 전시장에서는 작품의 상태와 완성도를 면밀히 살피려는 응찰자들의 현장 확인 요청이 쇄도하며, 이러한 물리적 검증 과정이 최종 낙찰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임수아 코네티컷 웨스트포트 옥션의 헤드 카탈로거는 최근의 현상을 단순한 유행이 아닌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변화로 규정했다. 조각은 제작 경로와 재료의 특성이 가치 산정의 척도가 되는 만큼, 다른 장르와 차별화된 평가 체계가 작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경매 준비 과정에서 제작 시기나 주조의 정밀함, 표면의 산화 정도인 파티나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은 기술로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이며, 이것이 곧 작품의 자산적 가치를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AI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시각 예술의 생산과 복제가 그 어느 때보다 수월해진 시점이다. 이처럼 기술이 닿지 못하는 물리적 제작 공정과 작가의 노동이 집약된 조각은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구축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각이 단순한 수집 대상을 넘어, 디지털 시대에 대응하는 강력한 문화적 자산이자 경제적 대안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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