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완선-산울림 김창훈 2인전
지난달 15일 부터 자화상 등 전시
“그림 그리며 마음의 치유 얻어”
‘아트 비욘드 페임’ 전시 중 김완선의 작품. 김완선은 “사람은 인연의 그물 안에서 살 수밖에 없는 존재”라고 했다. 갤러리마리 제공
“살다 보니 가족이든 친구든 동료든 내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었어요. 그래도 사람은 인연의 그물 안에서 살 수밖에 없는 존재이고,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라고.”
곱슬머리의 여자, 그물 무늬 재킷을 입은 사람, 격자 모양이 그려진 벽지 앞에 누운 사람…. 서울 종로구 갤러리마리에서 그림 곳곳에 구불구불한 선이 보이는 연작 그림 ‘인연, 그물’을 선보인 가수 김완선 씨(56)는 최근 전시장에서 만나 이렇게 말했다.
전시장 한쪽엔 김완선 씨의 그림이, 다른 쪽엔 밴드 ‘산울림’의 김창훈 씨(69)가 그린 추상화들이 걸렸다. 이 전시는 무대 위에서 주목받는 삶을 살았던 두 뮤지션이 솔직한 내면을 표현한 그림을 모은 ‘아트 비욘드 페임(Art Beyond Fame)’이다. 지난달 15일 개막해 김완선 씨의 작품 10여 점, 김창훈 씨의 작품 100여 점을 선보인다.
두 사람이 함께 전시를 열게 된 건 40년 전 음악으로 맺어진 인연이 계기가 됐다. 김창훈 씨는 김완선 씨의 정규 앨범 1집인 ‘오늘밤’과 2집 ‘나 홀로 뜰 앞에서’ 전곡을 작사, 작곡했다. 김완선 씨는 “전시 제안을 받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이 ‘이건 무슨 인연일까’였다”고 했다.
김완선 씨의 그림은 피에로 분장을 한 여자, 서로 다른 곳을 보는 남녀, 침대에 누운 여자 등 주로 사람이 등장한다. 만남과 헤어짐의 순간이나 자화상 같은 그림이 다수다. 반면 김창훈 씨의 그림은 추상 회화가 주를 이룬다. 최근 1년간 100점 넘게 그림을 그렸는데, 음악을 들으면서 느낄 수 있는 심상이나 리듬을 선과 색면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튤립 인 화이트’ 같은 꽃 정물이나 ‘아파트 인 레드’ 등 도시 풍경, ‘아다지오 인 화이트’를 비롯해 음악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 등이다. 자화상도 있는데, 다른 그림들은 선과 면이 깔끔하게 나뉜 데 비해 비교적 거칠게 마무리된 미로 같은 형태를 볼 수 있다.
김창훈 씨는 “인생이라는 게 뜻밖의 우연한 만남이 겹겹이 쌓이면서 일어났던 것 같다. 누더기처럼 조각조각 맞춰진 인생, 그 안에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거친 상처와 부드러운 좋은 기억 같은 것들을 담았다”며 “나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그림을 그리면서 마음의 치유를 얻는다”고 했다.
음악이 본업인 두 사람의 작품은 미디어로 접했던 연예계 스타들의 말로 다할 수 없었던 내면의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전해준다. 전시 부제도 ‘명성 뒤에 숨겨진 인간적 감정과 표현’이다. 1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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