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통풍이 ‘왕의 질병’? 佛에선 한때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17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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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이후 해부학 연구 성행하며
골절 환자 등 외과적 치료 개선
실패-도전 거듭한 의술의 역사
◇닥터프렌즈의 구사일생 세계사/이낙준 지음/336쪽·2만1000원·김영사


바람만 스쳐도 통증이 느껴질 정도라는 뜻의 질병 통풍(痛風). 잦은 ‘치맥’이나 과도한 육류 섭취로 혈액 내 요산 농도가 높아지면 발생하는 질병이다.

통풍에 걸린 이들은 “누가 내 눈알을 밟는 것 같다”고 할 정도로 고통스러워하지만, 옛날 사람들은 통풍을 ‘왕의 질병’이라며 부러워했단다. 육류 자체를 접하기 어려웠던 시절, 통풍을 앓는 게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프랑스 왕국의 왕 34명 중 20명이 통풍 환자였다는 기록도 있다. 당시 사람들이 통풍에 걸려 팔다리가 가늘어진 이를 매력적이라고 느꼈을 정도라고 한다.

의학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의 원작자이자 이비인후과 전문의인 저자가 고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역사 속 질병과 의학의 사례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전염병, 병마와 싸웠던 인류, 인간의 중독, 의학의 발전 등 4개 카테고리로 나눠 사회와 역사에 영향을 미친 다양한 의학, 과학적 에피소드를 다룬다.

소아마비는 수많은 실패를 딛고 인류가 끝내 이겨낸 질병이다. 수십 년 전만 해도 소아마비는 전쟁보다도 무서운 병으로 여겨졌다. 미국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1882∼1945)도 소아마비 환자였는데, 미국에선 그의 재임 기간에 관련 백신 연구가 활발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하버드대 연구팀이 1953년 처음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바이러스 접종을 시작했다.

끝없는 전쟁으로 골절 환자가 넘쳐났던 고대, 중세에는 뼈에 대한 이해가 없어 부목을 대는 수준이 전부였다. 하지만 16세기 이후 해부학 연구와 전문 외과의가 성행하면서 뼈의 구조와 골절 치료법도 나아졌다고 한다.

오늘날 ‘아프면 병원에 간다’는 지극히 당연한 명제가 됐다. 하지만 의술이 이처럼 발달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오류와 실패, 도전이 있었는지를 배울 수 있다. 현재 관점에서 보자면 안타깝고 웃음이 나는 사례도 등장하지만, 이런 노력 덕분에 인류가 질병에서 이만큼 해방된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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