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가정의 달’ 작가들의 추천… 온 가족 모여 책 수다 나눌까요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10일 01시 40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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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5월입니다. 너무 뻔하다고요? 그래도 가족과 친지를 챙길 좋은 핑계가 생겼잖아요. 물론 갑작스레 따뜻한 말을 건네는 게 어색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책 한 권으로 대화의 물꼬를 터 보는 건 어떨까요. 선물로도 더할 나위 없습니다. 식상하다고요? 그럼 동아일보가 시인과 소설가, 그림책 작가, 문학평론가에게서 추천받은 ‘가족 하면 떠오르는 책’을 이용해 보세요. 의외로 가족과 ‘좋은 수다’를 나누는 시간이 될지도 모릅니다. 처음부터 쉽진 않더라도, 책 한 권은 건지지 않을까요.

동아일보 출판학술팀》



모든 날이 소중하다
◇대니 그레고리 지음·서동수 옮김/132쪽·1만7000원·세미콜론
뉴욕에서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저자 대니 그레고리. 어느 날 갑자기 아내가 끔찍한 지하철 사고를 당해서 휠체어로 생활하게 되는 불행이 찾아온다. 어려운 나날을 보내던 중 그는 휠체어에서 내려와 소파에 앉아 있는 아내의 그림을 그리게 되고 이로 인해 변화가 시작된다. 자신의 솔직한 감정과 주변을 그림으로 담기 시작하면서 두 사람은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간다.

이 가족에게 닥친 불행은 처음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두 사람은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통해서 일상과 주변의 아름다움을 다시 바라보고 모든 날이 소중함을 깨닫는다. 염승숙 작가는 “개인의 고통을 부부 공동체의 미래를 향한 희망으로 바꿔가는 이야기를 ‘함께’ 읽을 때 더 깊고 진한 사랑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염승숙 소설가)

엄마소리
◇이순옥 글, 그림/60쪽·1만8000원·길벗어린이
착착착, 똑똑똑, 쩌억, 숑숑숑, 썩썩썩. 마지막은 김치 써는 소리다. 아침마다 들려오는 도마 위의 소리, 내 하루의 초록 불, 그 소리는 내 심장이 되고 나는 더욱더 자란다. 한쪽에는 재료가 썰리는 다양한 소리가 그려지고, 다른 한쪽에는 하루하루 자라나는 아이가 그려진다.

도마에 새겨진 잘고 빼곡한 직선으로 가득 찬 펼침 페이지에 얹힌 “내 삶을 응원하던 소리”. 글을 읽는 순간, 마음이 아득해진다. 글자와 그림과 소리와 색깔과 기억과 감정…. 그리고 엄마가 해주던 밥 냄새까지 다 담겨 있다니 그림책은 참으로 대단한 물건!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과 중국 천보추이 국제아동문학상 등 국제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는 한국 작가의 그림책이다. 엄마의 마음을 ‘톡톡’ ‘탁탁’ 등 도마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를 중심으로 감각적으로 엮어 냈다. (이수지 그림책 작가)

낱말 공장 나라
◇아녜스 드 레스트라드 글·발레리아 도캄포 그림·신윤경 옮김/32쪽·1만2000원·세용출판
온 가족이 흥미롭게 볼 수 있는 그림책이다. 사람들이 공장에서 만드는 낱말을 돈을 주고 사서 삼켜야 말을 할 수 있는 나라에서, 가난한 소년이 사랑하는 옆집 소녀에게 자기만의 방법으로 마음을 전한다. 어른이 봐도 여운이 오래가는 책이다.

책에서 소년 ‘필레아스’는 낱말을 살 돈이 없다. 이웃집 소녀 ‘시벨’을 사랑하지만, 낱말이 없어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다. 대신 필레아스는 공중에 날아다니는 낱말 ‘체리’, ‘먼지’, ‘의자’를 붙잡는다. 이 세 낱말로 자신의 마음을 노래하듯 시벨에게 전하려 한다. 필레아스의 마음은 온전히 전달될 수 있을까.

풍부한 상상력과 시적인 감수성이 두드러지는 점이 매력적이다. 갈색과 붉은색으로 가득 채운 그림도 아름답다. 사랑은 인간의 말을 초월한 또 하나의 언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이지수 번역가)

서재 이혼 시키기
◇이화열 지음/272쪽·1만6800원·앤의서재
단언컨대 나는 에세이스트 이화열의 팬이다. 갇힌 마음을 우아하게 노크해줄 글이 필요할 때마다 그의 책을 펼친다. 담백한 문장 속 통찰이 내 구겨진 생각을 펼쳐줄 땐 묘한 쾌감마저 느끼곤 한다. ‘서재 이혼 시키기’는 결혼 25년 만에 남편과 서재를 나누며 작가가 느낀 ‘타인과 함께 살며 자아를 잃지 않는 삶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다. 이 책은 총 3부로 나뉘는데 1부는 배우자와의 관계, 2부는 자녀와의 관계, 3부는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다. 인용하고픈 수많은 문장 중 가정의 달에 어울리는 하나를 남기며 책 추천을 마친다.

“최고의 부모는 자식을 곁에 묶어두지 않는다. 자식을 키우는 순수한 목적은 자식에게 더 이상 부모가 필요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p137).” (김호연 소설가)

별에게
◇안녕달 글·그림/64쪽·1만6800원·창비
문학은 기쁨보다는 슬픔이라는 감정 곁에 더 오래 머무른다. 작가들이 염세에 젖어 있는 까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선한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다.

타인의 행복은 나와 상관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지만 타인의 불행은 자주 내 것으로 여겨지는 일이 이를 증명한다. 안녕달 작가의 그림책 ‘별에게’는 끝내 하늘의 별이 된 작은 별과 이 작은 별을 사랑한 이들의 이야기다.

이 책에는 잘 슬퍼하는 방법과 잘 사랑하는 방법이 사이좋게 담겨 있다. 하긴 별들이 저마다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은 별만큼 많은 사람의 눈동자가 어두운 곳에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덕분일 테니. 사랑으로 한 번. 슬픔으로 또 한 번. (박준 시인)

달려라, 아비
◇김애란 지음/303쪽·1만5000원·창비
오늘날의 소설가 김애란을 있게 한 데뷔 소설집. 전반부 네 편의 단편은 소년 화자를 중심으로 ‘사라진 아버지 혹은 어머니’가 배경이 되는 일상을 그린 작품들이다. 후반에 배치된 다섯 편의 작품엔 사회 초년생들의 일상분투기가 담겼다. 작가 특유의 발랄한 문장과 각 이야기가 만나며 깊은 여운을 선사한다.

전통적인 가족 제도 및 혈연 관계의 한계에 대한 날카롭고 유머러스한 형상화가 돋보인다. 또 ‘흠 많은’ 가족 구성원들을 유연하게 끌어안는 포용력 있는 태도를 잃지 않는다. 가족 너머 새로운 윤리적 공동체에 대한 작가의 끊임없는 고민이 담겼다. 동시대 한국형 가족 제도의 한계와 대안, 가능성에 관한 작품집의 서사적 문제의식은 현재에도 생명력을 잃지 않고 있다. 14년간 이 작품집이 꾸준히 사랑받아온 이유다. (강동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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