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스타일’ 블랙코미디로 보는 베트남전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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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O ‘동조자’ 시리즈 첫화 공개
극적 스토리-화려한 미장센 눈길

박찬욱 감독이 각본 제작 연출한 미국 HBO 드라마 ‘동조자’. AP 뉴시스
박찬욱 감독이 각본 제작 연출한 미국 HBO 드라마 ‘동조자’. AP 뉴시스
박찬욱 감독이 공동 쇼러너(show runner)로 제작·각본·연출 전 과정을 지휘한 미국 HBO 드라마 ‘동조자(The Sympathizer)’가 15일 쿠팡플레이를 통해 국내 공개됐다. 퓰리처상을 받은 비엣 타인 응우옌 작가의 동명 소설을 박 감독이 직접 각색했다. 박 감독이 ‘헤어질 결심’(2022년)으로 칸 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뒤 처음 내놓은 작품이자 그의 두 번째 시리즈물이다.

‘동조자’는 베트남 전쟁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던 1975년에서부터 시작한다. 주인공은 남베트남 장군을 모시는 대위(호아 숀데이)다. 그러나 그의 정체성은 훨씬 더 복잡하게 뒤엉켜 있다. 프랑스인 아버지와 베트남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잡종개’라는 멸시를 받으며 산다. 북베트남 출신인 그는 어린 시절 남쪽으로 피란 가다가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 눈에 띄어 정보요원 일을 시작한다. 그로 인해 미국에서 공부를 하게 되고, 마음속에 미국을 향한 동경과 증오가 함께 자리 잡는다. 이후 베트남으로 돌아온 그는 남베트남 장군을 모시며 북베트남에 정보를 제공하는 이중간첩 노릇을 한다.

15일 공개된 1화는 대위가 이중간첩 노릇을 하다가 사이공이 함락되기 직전 미국행 수송기에 몸을 싣는 극적인 과정을 담았다.

박 감독은 “원작 소설 ‘동조자’를 처음 읽었을 때 불꽃놀이를 보는 듯했다. 표현과 문체가 아주 컬러풀하고 소란스럽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1화에서 주인공이 남베트남을 탈출하려 할 때 활주로가 폭격과 화염에 휩싸이는 장면이 그런 느낌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했다. 원작자인 응우옌은 “‘동조자’를 집필할 때 박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 이미지들을 생각하면서 썼다. 박 감독은 제 소설을 완벽하게 드라마화할 적임자”라고 말했다.

1화에서는 박 감독 특유의 연출 방식이 돋보인다. 색채와 미장센을 중시하는 그의 작품답게 드라마는 베트남을 연상케 하는 빨강, 노랑 색채가 스며들어 있다. 남베트남이 망해 주인공이 도주하는 엄중한 상황에서도 박 감독의 블랙코미디적 요소들이 묻어 있다.

이 작품에서 1인 4역을 맡아 화제가 된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1화에서 노년의 CIA 요원 클로드를 연기했다. ‘동조자’는 총 7화로 매주 월요일에 한 편씩 공개된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박찬욱#블랙코미디#베트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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