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적 욕구 파고드는 사이비 교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6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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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트: 세상을 경악시킨 집단 광기의 역사/맥스 커틀러·캐빈 콘리 지음·박중서 옮김/476쪽·2만5000원·을유문화사

멀리 갈 것도 없다. 지난해 방영된 넷플릭스 드라마 ‘나는 신이다’를 볼 때였다. 한 사이비 교주가 어마어마하게 큰 예배당에서 설교하는데, 사회자가 “2층 발코니에 천사가 날개를 펴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화면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그 자리에 모인 수천 명은 환호하고, 손뼉 치고 일부는 감동에 몸을 떨었다. 한술 더 떠 교회 방송실에서는 “당회장(교주)님 손 등에 독수리와 네 생물이 있다. 이건 실제다”라고 했다. 사람들은 또 환호했다. 여전히 화면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사람들은 왜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집단 광기에 빠지게 되는 걸까. 다운로드 5500만 건을 기록한 인기 팟캐스트 ‘컬트’의 제작자와 언론인이 ‘컬트’란 과연 무엇인지, 추종자들은 왜 그토록 이상한 지도자에게 열광하는지를 다양한 실제 사례를 통해 파헤쳤다.

저자들은 컬트 지도자들이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지닌 비범한 인물인 동시에 살인, 강간 등 잔혹한 행위를 서슴지 않고 저지르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라고 주장한다. 그런데도 열광적인 추종자들이 생기는 것은 컬트가 인간의 근본적인 속성을 파고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속성은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고, 삶에서 더 깊은 의미를 찾고 싶고, 신성한 목적을 갖고 살고 싶은 열망을 말한다. 바꿔 말하면 모든 평범한 사람들이 컬트와 컬트 지도자들의 먹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컬트 지도자들이 지나간 길에는 여러 구의 시체가 남아 있을 수 있지만, 애초에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디까지나 조력자들의 오도된 헌신 때문이었다. 즉, 일상생활의 규범을 넘어서고, 심지어 상식의 경계조차도 넘어서고자 하는 그들의 열성이 있었다.”(서론 중)

읽다 보면 무시무시하고 끔찍한 컬트 지도자와 그 추종자들의 행태에 소름이 끼친다. 우리 사회에서도 상식과 규범을 넘어선 극단성을 스스럼없이 드러내고, 그런 행동을 자랑스러워하며 열광하는 집단들이 늘어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만든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나는 신이다#근원적 욕구#사이비 교주#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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