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헌으로만 전해졌던 ‘남병철 혼천의’ 170년 만에 복원 성공

  • 뉴시스
  • 입력 2024년 2월 29일 10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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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경·적위·황경·황위·고도·방위 모두 측정…세 종류 혼천의 융합
20년에 걸쳐 복원 작업…'의기집설' 번역해 기초 설계 진행

그간 문헌으로만 전해져 온 조선 후기 천문유산 ‘남병철 혼천의’가 복원됐다.

한국천문연구원은 남병철 혼천의 복원 모델 제작에 성공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로써 문헌으로만 전해졌던 조선 후기 천문학자인 남병철의 혼천의가 170여년 만에 되살아났다.

혼천의는 지구, 태양, 달 등 여러 천체의 움직임을 재현하고 그 위치를 측정하는 기기로 현대천문학으로 넘어오기 이전까지 표준이 된 천체관측기구다.

남병철 혼천의는 개별 기능으로만 활용되어온 기존 혼천의를 보완하고 관측에 편리하도록 개량한 천문기기다. 천문학자 남병철(1817~1863)이 집필한 ‘의기집설(儀器輯說)’의 ‘혼천의’ 편에 기록돼 있다.

남병철 혼천의는 장소를 옮겨가며 천체를 관측할 수 있도록 관측의 기준이 되는 북극 고도를 조정하는 기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기존 혼천의는 북극 고도를 관측지에 맞게 한번 설치하면 더 이상 변경할 수 없었다.

남병철 혼천의의 또 다른 특징은 필요에 따라 사유권(천체 위치 측정 환)의 축을 선택할 수 있어 고도·방위 측정은 물론이고 황경과 황위, 적경과 적위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남병철은 가장 안쪽 고리(사유권)의 회전축을 두 번째 안쪽 고리(재극권)에 있는 3종류의 축인 적극축, 황극축, 천정축을 연결해 상황에 맞는 천체 관측이 가능하도록 혼천의 기능을 더욱 확장했다.

예를 들어 축을 적극축에 연결하면 지구의 회전축을 중심으로 천체의 위치를 표현해 적경과 적위를 측정하며, 황극축에 고정할 경우 태양의 운동을 기준 삼아 사용되는 황도좌표계의 황경과 황위를 측정할 수 있다. 천정축에 연결하면 고도와 방위 측정이 가능하다. 즉 남병철 혼천의는 기존 세 종류의 혼천의가 하나로 합쳐진 것이다.

남병철 혼천의에 관한 연구는 김상혁 천문연 책임연구원이 20년 전에 시작했다. 2022년부터 민병희 천문연 책임연구원, 국립과천과학관의 남경욱 연구관 등 연구팀을 구성해 본격적인 복원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과학기술적 관점에서 의기집설의 내용을 다시 번역해 기초 설계를 진행했으며, 충북프로메이커센터 및 전문 제작 기관과 협업해 남병철 혼천의 모델 재현에 성공했다.

이번 복원을 주도한 고천문연구센터 김상혁 책임연구원은 “남병철의 혼천의는 전통 혼천의 중에서 실제로 천체 관측이 가능하도록 재극권을 탑재한 세계 유일의 과학기기”라며 “과거의 천문기기를 복원함으로써 당시의 천문관측 수준을 이해하며 천문 기록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고, 우리 선조의 우수한 과학문화재를 되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남병철 혼천의는 올해 하반기 국립과천과학관에서 특별 전시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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