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살려고 ‘밀수’ 손댄 해녀들… 맨몸 수중 액션신 백미”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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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개봉한 영화 ‘밀수’ 류승완 감독
“김혜수-염정아 연기 조화 잘 맞아
조인성-박정민 지상액션 매력적”

“누구나 ‘먹고살겠다’는 이유로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을 때가 있어요. 과연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는가. 영화가 던지는 질문을 우리 모두가 품고 살면 좋겠습니다.”

영화 ‘밀수’를 연출한 류승완 감독(50·사진)이 말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26일 그를 만났다. ‘밀수’는 1340만여 명을 모은 영화 ‘베테랑’(2015년)을 비롯해 ‘군함도’(2017년) 등으로 ‘액션영화 스타 감독’이라 불리는 그가 ‘모가디슈’(2021년) 이후 2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이날 개봉한 ‘밀수’는 올여름 최대 기대작 중 하나로 꼽힌다. 그는 “신작을 낼 때마다 살얼음판 위를 걷는 기분”이라고 고백했다.

영화는 1970년대 가상의 바닷가 마을 군천에서 벌어진 밀수를 그린다. “먹구살려믄 어디까지 해야 허는 거냐”는 엄 선장(최종원)의 대사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군천에 화학공장이 들어서며 바다가 오염되자 먹고살 방법을 찾던 해녀들은 ‘바닷속 물건을 건져 올리기만 하면 된다’는 밀수에 가담한다. 류 감독은 “엄 선장의 대사는 스스로도 끊임없이 되묻는 질문이다. 특수효과 등 촬영으로 배출된 쓰레기 때문에 괴로웠다. 작품 완성도를 높여 보겠다고 이렇게까지 하는 게 맞는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영화 ‘밀수’에서 해녀 춘자 역을 맡은 김혜수(오른쪽)는 뜨거운 승부사 기질을 능청스럽게 연기하며 극을 이끈다. NEW 제공
영화 ‘밀수’에서 해녀 춘자 역을 맡은 김혜수(오른쪽)는 뜨거운 승부사 기질을 능청스럽게 연기하며 극을 이끈다. NEW 제공
해녀들과 다방 여주인 옥분(고민시)의 ‘워맨스’(우먼+로맨스)가 서사의 기틀을 이룬다. 육지라면 해녀들이 남성 밀수꾼들과 육탄전을 벌이기 어렵지만 그들의 홈그라운드인 바다에선 훨씬 유리하다. 주인공 해녀 춘자와 진숙을 김혜수와 염정아가 맡아 주목을 받았다. 류 감독은 “두 배우의 오랜 팬이다. 함께 작업하게 돼 꿈을 이뤘다. 김혜수 씨의 연기가 뜨겁고 공격적이라면 염정아 씨는 차갑고 수비적이라 조화가 잘 맞았다”고 했다.

“배역 제안서와 바다 영상을 보여줬더니 둘 다 멍한 표정을 짓더라고요. 염정아 씨는 수영을 못해서, 김혜수 씨는 물 공포증 때문에 공황장애가 온 거였어요. 영화가 엎어질 수도 있겠다고 걱정하던 차에 ‘일단 해보겠다’는 답이 왔죠. 마치 주부노래교실처럼 서로 북돋는 촬영장 분위기 덕에 결국 모두가 해냈습니다.(웃음)”

해녀들이 장비 없이 맨몸으로 펼치는 수중 액션신은 절로 숨을 참게 만드는 영화의 백미다. 지상 액션과 달리 상하좌우로 공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수심 6m 수조에서 촬영했다. 류 감독은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은 새로운 액션을 만들려 했다”며 “국가대표 출신 김희진 코치가 이끄는 아티스틱(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팀으로부터 기술적인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조인성과 박정민이 활약하는 지상 액션도 눈길을 끈다. 류 감독은 “호텔 방에서 벌어지는 조인성의 ‘폼 나는’ 장면과 깡패들의 패싸움인 박정민의 액션을 통해 각 캐릭터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밀수#류승완 감독#영화가 던지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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