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신부-목사-교무가 한 마음으로 부르는 4대 종교 평화음악회 열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5일 11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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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구례 화엄사에서 열리는 4대 종교 평화음악회 를 앞두고 연습 중인 정율 스님(왼쪽에서 세번째). 천안=양회성 기자 yohan@donga.ccom
11일 구례 화엄사에서 열리는 4대 종교 평화음악회 를 앞두고 연습 중인 정율 스님(왼쪽에서 세번째). 천안=양회성 기자 yohan@donga.ccom
“(♬) …주님을 잊고 살았던 나. 이런 날 받아 주실까. 집 떠난 이 탕자를 모른 척하시면 어쩌나. 아니야, 우리 주님은 두 팔 벌려 나를 안아 주실 거야~.” (구자억 목사, ‘김 집사가 돌아간다’ 중)

엄숙한 사찰에서 목사가 이런 노래를 부른다면 과연 어떨까. 해우소에서 혼자 하는 콧노래도 아니고 관객 앞에서. 반대로 경건한 성당에서 스님이 ‘부처님께 귀의합니다’를 부른다면….

실제로 이런 종교를 초월한 공연이 열린다. 11일 오후 1시 홍매화 가득한 전남 구례 화엄사에서 열리는 4대 종교 평화 음악회 ‘수도자들의 영혼의 울림’이 그 첫 무대. 버스킹 형식으로 열리는 이 공연에는 노래를 통해 포교하고 사목하는 불교(정율·무상 스님), 원불교(한청복·김성곤 교무), 천주교(정범수 신부), 기독교(김선경·구자억 목사) 등 종교인들과 합창단이 출연한다.

정율 스님. 양회성 기자 yohan@donga.ccom
정율 스님. 양회성 기자 yohan@donga.ccom
40여년 간 음악 포교 활동을 하는 정율 스님(천안 광덕 보산선원)은 “멤버 모두 각자의 종교에서 음악을 통해 종교 활동을 하는 분들”이라며 “경제적, 정신적, 육체적으로 너무 힘든 이 시기에 많은 사람에게 더 따뜻한 음악을 전해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모이게 됐다”라고 말했다. 화엄사 각황전 앞에서 열리는 이번 버스킹은 108인의 부다스 합창단과 관객이 함께 ‘오빠생각’ ‘과수원길’ 등 동요를 부르며 배우는 오프닝 공연과 4대 종교인들의 본 무대로 구성됐다. 신부, 교무, 목사, 스님들이 함께 부르는 ‘좋은 인연(덕신 작사, 이덕만 작곡)’을 시작으로, 솔로 또는 다른 종교인들과 듀엣으로 자신의 종교 노래와 다른 종교 노래, 가요, 팝송, 성악 등을 선보인다. 이들은 화엄사를 시작으로 앞으로 성당, 교회 등 각 종교의 상징적인 장소에서 종교를 초월한 버스킹 공연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운문사 승가대학을 졸업하고 원광대 음악교육학과에서 성악을 전공한 정율 스님은 40여년간 음악 포교 활동을 해오고 있다. 예술의 전당, 세종문화회관, 국립극장 해오름극 등 그가 선 크고 작은 무대만 1000여 회. 진정한 종교인이라면 종교 간의 벽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 명동 성당에서 아베마리아를 부르고, 기독교 신자들의 부부 노래 부르기 행사에도 참석해왔다. 2009년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세인트 마이클 한인 천주교 성당에서 독창회를 가졌는데, 그때까지 미국 한인 사회에서 스님이 성당에서 음악회를 가진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주변의 도움도 컸다. 이번 화엄사 버스킹도 종교의 벽을 허물자는 공연 취지를 들은 덕문 주지스님이 흔쾌히 허락해 성사될 수 있었다.

그의 노래에 대해 불교계에는 “한 시간 설법을 듣는 것보다 정율 스님 찬불가 한 곡 듣는 것이 훨씬 낫다”라는 평이 있을 정도다. 정율 스님은 “모두가 아주 힘들고 어려운 시국에 유서 깊은 고찰에서 신부, 목사, 교무, 스님 등 서로 다른 종교인들이 한마음으로 화합하며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자신 주위의 인연을 돌아보고 힐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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