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슬프고도 기쁜 ‘나의 일’을 말합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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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경찰하는 마음/주명희 외 지음/260쪽·1만6000원·생각정원

“여기 여자가 어딨습니까! 경찰이지!”

‘○○음식점에서 남성 두 명이 주인을 괴롭힌다’는 내용의 112 신고에 경찰이 출동했다. 가해자 중 한 명이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을 향해 “여자다”라고 말하자 이런 단호한 대답이 나왔다.

이 책은 여성 경찰 23인이 쓴 31편의 글을 모았다. 최근 몇 년 새 ‘연약한 여성 경찰’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여성 경찰들의 목소리를 담았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책은 1부 ‘여경하는 슬픔’과 2부 ‘경찰하는 기쁨’으로 구성돼 있다. 22년 차 경찰로 서울경찰청 최초의 여성 감찰조사계장을 지낸 주명희 씨가 2017년 결성된 ‘경찰 젠더연구회’를 중심으로 여러 글을 모았다. 지구대 순경부터 형사, 기동대, 무술교관 등 다양한 현장에서 활동 중인 여성 경찰들의 사연이 나온다.

1947년 미 군정기 때 최초로 여성 경찰이 채용된 후 경찰 조직 내 여성 경찰 비율은 2022년 현재 13%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이들은 여러 분야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경찰=남성’이라는 도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게 필자들의 지적이다.

주 씨는 머리말에 “이 책은 ‘여경’들이 쓴 이야기이지만, 모든 경찰관의 이야기이고, 민원인의 이야기이고, 동시대를 사는 모든 여성들의 이야기”라며 “우리 사회 전체가 평등을 지향할 때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당당하게 존재할 수 있다”고 썼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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