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드 좋아하는 내 어머니 모습, 영화의 시작이 됐죠”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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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영화제 화제작 ‘아줌마’ 허수밍 감독
韓-싱가포르 첫 합작영화… 3회 전회매진
‘한드팬’ 싱가포르 아줌마의 한국 방문기
“자식에 헌신한 중년여성에 희망 줬으면”

영화 ‘아줌마’에서 관광가이드 권우(강형석·오른쪽)가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림메이화(훙후이팡)를 캐리어와 함께 카트에 태워 이동시키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영화 ‘아줌마’에서 관광가이드 권우(강형석·오른쪽)가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림메이화(훙후이팡)를 캐리어와 함께 카트에 태워 이동시키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싱가포르인 감독이 만든 영화 제목이 ‘아줌마’다. 영어 제목 역시 ‘Ajoomma(아줌마)’. 제목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영화는 14일까지 열리고 있는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초청된 작품. 영화제 기간 3차례 상영이 모두 매진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주인공은 남편과 사별하고 성인 아들과 단둘이 사는 싱가포르 아줌마 림메이화(洪慧芳·훙후이팡). 그는 집안일을 할 때든 밥을 먹을 때든 늘 한국 드라마를 틀어놓는 K드라마 팬이다. 한국 드라마를 보고 대사를 따라 하는 것이 유일한 낙. 아들과 한국 여행을 가기로 한 림메이화는 한껏 들떴지만 이도 잠시, 아들은 회사 면접이 잡혔다며 여행을 취소하자고 한다. 환불이 안 된다는 말에 림메이화는 난생처음 홀로 한국 땅을 밟는다. 그러나 관광버스가 자신만 두고 떠나버리는 바람에 낙오되면서 여행은 시작도 못 해보고 꼬여버린다.

영화는 한국과 싱가포르의 첫 합작 영화. 부산에서 7일 연 기자회견과 관객과의 대화에서 허수밍(何書銘·사진) 감독은 “어머니가 한국 드라마 3, 4개를 동시에 볼 정도로 정말 좋아하신다”며 “이런 모습을 보며 나와 어머니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그것이 영화의 시작이었다”고 했다.

주인공은 싱가포르 국민배우 훙후이팡. 그는 “나도 한국 드라마에 푹 빠져 사는 아줌마”라고 했다. 주연인 관광 가이드 권우 역의 배우 강형석을 비롯해 정동환 여진구 등 한국 배우들도 다수 출연한다. 훙후이팡은 “언어장벽 때문에 촬영이 힘들겠다고 생각했는데 눈빛만으로도 소통이 되더라”라며 웃었다. 영화는 80% 이상 한국에서 촬영됐다. 대사 대부분은 한국어다.

영화는 한국 관객을 상대로 이른바 ‘국뽕’을 자극하는 데 주력하지 않는다. 한국 드라마는 소재일 뿐, 중년 여성이 인생의 주체로 거듭나는 이야기가 핵심이다. 국적을 떠나 모두의 어머니 이야기인 셈. 영화에서 여러 번 나오는 주제곡 ‘여성시대’(다비치 등) 가사는 영화의 메시지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아직 웃을 날이 많은데 여태 그걸 몰랐어. (중략) 내 인생을 사는 거야.”

허 감독이 영화 아이디어를 낸 뒤 실제 제작하기까지는 6년 넘게 걸렸다. 앤서니 천 프로듀서는 “아이디어가 좋았지만 제작이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유명 감독, 유명 프로듀서면 수월했겠지만…”이라며 “지난한 협상 과정을 거쳤다”고 했다. 영화는 한국영화진흥위원회 등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다. 7일 저녁 세계 최초로 영화가 상영된 뒤 허 감독은 눈물을 보였다. 그는 “정말 감동적이다. 평생 잊지 못할 밤이 될 것”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엄마가 자식에게 헌신하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중년 여성들에게 희망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데뷔작을 부산에서 처음 선보일 수 있어 큰 영광입니다.”


부산=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아줌마#부산 영화제#화제작#허수밍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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