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탄 대구 고산서당 가보니…세월 흔적 담긴 문화재 형체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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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2월 21일 15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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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새벽 대구 수성구 성동 고산서당에서 불이 나 본당건물이 모두 탔다. 2021.12.21© 뉴스1
지난 20일 새벽 대구 수성구 성동 고산서당에서 불이 나 본당건물이 모두 탔다. 2021.12.21© 뉴스1
조선 성리학의 기틀을 잡은 퇴계 이황(1501~1570)이 강론한 곳으로 알려진 대구 고산서당 내 고택 본당 건물(문화재 자료 제15호)이 한줌 재로 변했다.

지난 20일 오전 3시57분쯤 대구 수성구 성동 고산서당 내 고택 본당 건물에서 원인이 파악되지 않은 불이 났다.

불은 29분 만에 진화됐고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대구시 문화재자료 제15호인 서당은 재만 남긴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21일 방문한 화재 현장은 처참했다. 세월의 흔적이 담긴 문화재는 주저앉았고, 기와를 떠받고 있던 나무기둥은 검게 그을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서당 인근에 거주하던 3가구 주민들은 “인적이 드문 곳에 불이 날 줄 몰랐다”며 화재 원인에 대한 의문점을 제기했다.

불에 탄 본당건물. 2021.12.21© 뉴스1
불에 탄 본당건물. 2021.12.21© 뉴스1
주민 A씨(87)는 “고택 내에서 1년에 5번 정도 회의를 하는데, 그때만 내부에 있는 전기를 사용한다. 어떻게 불이 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주민 B씨도 “공용주차장이 있어서 아는 사람만 근처에서 볼일을 보려고 주차하거나, 지나가는 사람이 고택이 신기하다며 구경하곤 한다”고 말했다.

주민 권모씨(79)는 “그날 새벽 밖이 소란스러워서 문을 열어보니 캄캄한 밤이었는데도 낮처럼 훤했다”며 “저 큰 불이 번져 집 앞까지 오면 아픈 다리를 이끌고 어떻게 대피해야 하나 걱정했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화재 전 모습. 사진 아래 건물이 고산서당, 윗 건물은 고산사당.(대구 수성구청 제공)© 뉴스1
화재 전 모습. 사진 아래 건물이 고산서당, 윗 건물은 고산사당.(대구 수성구청 제공)© 뉴스1
이날 오전 10시쯤 소방당국과 한전 등 관계자들이 현장을 방문했다. 또 화재 소식을 듣고 인근에서 작업하던 공사 담당자들도 속속 도착했다.

한전 관계자는 “이달 초 고택 내 전기와 차단기 등을 점검했다”며 “차단기가 내려간 줄 아는데 정확한 화재 원인은 더 조사해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당초 이날 오전 경찰과 소방당국이 합동으로 현장감식을 진행하려 했지만, 경찰 측의 일정조율 등으로 연기됐다.

경찰 관계자는 “방화와 전기적 요인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라며 “범위를 넓혀서 민간 CCTV 등도 확보해 수사할 계획”이라고 했다.

대구 수성구 관계자는 “향후 복원과 관련해 전문가 자문을 구한 뒤 대구시에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라며 “서당 중심의 한옥촌 조성은 차질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구=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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