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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책의 향기/뒷날개]좋은 먹거리 고집, 시골빵집의 실험

손민규 예스24 인문MD
입력 2021-11-13 03:00업데이트 2021-11-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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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빵집에서 균의 소리를 듣다/와타나베 이타루, 와타나베 마리코 지음·정문주 옮김/252쪽·1만6000원·더숲
한국과 일본 출판계에서 화제가 됐던 ‘시골빵집’이 돌아왔다. 2014년 출간된 전작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더숲)를 쓴 와타나베 부부가 낸 새 책이다. 이들은 빵집 다루마리를 2008년부터 운영해왔다. 이 빵집은 밀, 물, 천연발효로 얻은 균을 이용해 빵을 만든다. 먹을 때 자극적이지 않고 먹고 나서도 속이 더부룩하지 않다. 설탕과 버터를 많이 사용해 단맛이 나는 빵을 대량생산하는 자본주의 제빵 시스템 대신 대안을 모색한 것. 그들의 이야기가 알려진 뒤 한국에서 일본에 있는 이 빵집을 찾아가는 이들이 생길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하지만 다루마리는 돌연 가게 문을 닫았다. 빵에 이어 맥주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위기가 생겼기 때문. 설비에 문제가 생기고 핵심 직원들이 퇴사하면서 부부는 빵집을 그만두기로 결심한다. 자본주의 너머를 꿈꿨던 실험이 실패한 걸까.

다행히도 다루마리의 실험은 계속될 수 있었다. 일본 돗토리현 지즈초 마을에서 다루마리에 부지와 건물을 제공한 덕이다. 지즈초 마을이 제안한 공간은 예전 공공 보육원 자리다. 부부가 원하던 생산설비가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쾌적했다. 무엇보다 지즈초는 이들이 원한 교육 환경을 갖춘 곳이었다. 두 아이의 부모이기도 한 부부는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었다. 지즈초는 대부분이 삼림으로 이뤄진 곳이다. 지즈초로 이전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부부는 빵과 맥주를 다시 만들기 시작했다.

전작에서 털어놓은 음식, 노동, 환경에 관한 부부의 고민이 이번 책에서도 이어진다. 다만 전작이 제빵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이번 책에선 맥주 제조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부부는 맥주를 만들 때도 자신들이 가졌던 음식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다. 그 믿음이란 좋은 먹을거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신선한 재료가 필요하고, 시간을 견디는 인내가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 맥주 발효에 성공하려면 효율을 추구해서는 안 되고, 진심과 시간을 우선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발효를 위해 균을 배양하면서 부부는 인간과 동물, 식물은 모두 이어져 있고 공존해야 한다는 생태학적 결론에 도달한다.

인구가 적은 산골로 이주한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걱정 일색이었지만 부부는 좋은 맥주를 만들고 파는 데 성공했다. 이는 지역경제 활성화로도 이어졌다. 소비자들은 좀 더 비싸더라도 좋은 먹을거리에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다. 다루마리가 일궈낸 작은 변화는 대도시가 아닌 지방에서 이뤄졌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지방 소멸을 우려하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방정부, 창의적 기업가, 현명한 소비자가 힘을 합친다면 지방 소멸, 농업 위기, 기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손민규 예스24 인문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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