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미국 외교에서 도덕성은 왜 중요한가

김상운 기자 입력 2021-08-28 03:00수정 2021-08-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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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외교는 도덕적인가/조지프 나이 지음·황재호 옮김/394쪽·2만 원·명인문화사
최근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수로 인해 미국에 대한 신뢰성과 도덕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개입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발을 빼 아프간인들을 탈레반 폭압 아래 놓이게 하느냐는 거다. 이런 분위기는 막 들어선 조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역량에 대한 비판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사실 미 국민들의 도덕적 잣대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1950년대 6·25전쟁 당시 트루먼 대통령이 맥아더 장군의 핵무기 사용 요구를 거부했을 때가 대표적이다. 자칫 미소 핵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는 위험이 도사렸지만 당시 미 국민의 여론은 트루먼에게 불리했다. 수많은 미군 병사들이 공산군에 희생당하고 있는데 대통령이 너무 유약하게 반응한다는 거였다. 만약 당시 핵이 사용됐다면 공산군은 물론 한국인들도 피폭 피해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세계적 국제정치학자인 조지프 나이는 이 책에서 “트루먼은 자신의 국내 정치 기반이 약화되는 걸 받아들였다. 여기서 도덕성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사실 무정부 상태의 냉엄한 국제사회에서 도덕성 외교를 운운한다는 게 한가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른바 소프트파워(문화 예술 학문 등에서의 매력을 통한 국가 영향력) 개념을 창시한 저자는 외교정책의 도덕성은 국익과도 직결됨을 강조한다. 각 국면에서 지도자의 도덕성이 국익을 어떻게 정의하고 추구할지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저자는 프랭클린 루스벨트부터 도널드 트럼프에 이르기까지 역대 대통령 14명의 외교정책 의도와 수단, 결과를 도덕적 차원에서 따져본다. 그에 따르면 이 세 척도에서 우등생은 루스벨트, 트루먼, 아이젠하워, 아버지 부시다. 6·25전쟁 때 트루먼의 사례에서 보듯 이들은 각기 다른 외부환경에서 도덕적 가치를 적절히 추구했다는 것이다. 반면 헨리 키신저 등이 높게 평가하는 닉슨에 대해선 박한 점수를 줬다. 저자는 “닉슨이 국제경제와 인플레이션, 인권에서 초라한 성적표를 거뒀으며 무엇보다 베트남전에서 미군 2만1000명의 목숨을 앗아간 선택을 내렸다”고 혹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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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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