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 울린 목소리 한번 들어보실래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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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카디프 콩쿠르 우승자 바리톤 김기훈
콩쿠르 심사위원이 눈물 흘려 화제
내달 4일 서울 예술의전당서 공연
“세계에 이름 알린 서울국제콩쿠르, 예선 1차 통과가 목표였는데 우승”

바리톤 김기훈이 17일 서울 강남구 마리아칼라스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앞서 모차르트 오페라 ‘여자는 다 그래’ 아리아를 노래하고 있다. 아트앤아티스트 제공
바리톤 김기훈이 17일 서울 강남구 마리아칼라스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앞서 모차르트 오페라 ‘여자는 다 그래’ 아리아를 노래하고 있다. 아트앤아티스트 제공
“소프라노면 ‘조수미’란 이름을 떠올리듯이 ‘바리톤’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꿈은 크게 그리되 현실적인 목표부터 차근차근 이뤄가고 싶어요.”

‘카디프의 별’ 바리톤 김기훈(30)이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9월 4일 김덕기가 지휘하는 코리아쿱오케스트라와 함께 오페라 아리아들로 리사이틀을 갖는다. 6월 19일 영국 카디프 성악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그는 카디프 콩쿠르 우승 직후인 7월 8일 경기 성남시 티엘아이아트센터에서 정태양의 피아노 반주로 미리 예정되어 있던 리사이틀을 가진 바 있다.

그는 2015년 동아음악콩쿠르 성악부문 1위에 이어 2016년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세계 음악계에 처음 이름을 알렸다. 17일 서울 강남구 마리아칼라스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의외로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예선 1차 통과가 목표였다”고 밝혔다.

“국제콩쿠르로 처음 나간 대회가 서울국제음악콩쿠르였어요. 세계 곳곳에서 오신 유명 성악가, 극장장 등 영향력이 큰 심사위원들의 눈에 띄는 게 참가 목적이었죠.”

차례로 라운드를 통과하면서 스스로도 믿기지 않았다고 그는 털어놓았다. 이후 그는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와 유명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가 주관하는 ‘오페랄리아’ 콩쿠르에서 차례로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카디프 국제콩쿠르 도전은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고 그는 밝혔다. 성악 공부를 시작할 무렵 카디프 국제콩쿠르 영상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 1989년, 메인 부문 1위 입상자 드미트리 흐보로스톱스키, 가곡 부문 1위 브라인 터펠이라는 불세출의 명바리톤 두 사람을 배출한 대회 영상이었다. “그 무대에 서보는 게 소원이었어요. 한국인 최초라는 타이틀도 따고 싶었고요.”

올해 카디프 콩쿠르 최고의 화제는 그가 코른골트의 오페라 ‘죽음의 도시’에 나오는 아리아 ‘나의 동경, 나의 망상이여’를 부를 때 심사위원이었던 소프라노 로버타 알렉산더가 눈물을 흘린 일이었다.

“노래를 부를 때 그 심사위원이 밉게 느껴졌어요. 어두운 표정으로 턱을 괴고 계셨거든요.” 콩쿠르가 모두 끝난 뒤 함께 출전한 한국인 성악가가 호텔에 찾아왔다. “영상 보았느냐고, 심사위원이 울었다고 하더군요. 믿기지 않았어요.”

그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았다. 차이콥스키 콩쿠르와 오페랄리아 콩쿠르 2등 입상 후 예정되었던 수많은 큰 무대가 취소됐다. 다행히 카디프 콩쿠르 우승으로 더 많은 출연 제안이 오고 있다고 그는 밝혔다.

세계 최고 권위의 오페라극장 중 하나인 영국 코번트가든 로열 오페라에도 내년 1월 모차르트 ‘여자는 다 그래’의 굴리엘모 역으로 데뷔한다.

이번 콘서트에선 카디프 콩쿠르에서 노래한 로시니 ‘세비야의 이발사’ 중 ‘나는 이 거리의 만능 일꾼’, 바그너 ‘탄호이저’ 중 ‘저녁별의 노래’ 등을 들려준다. 소프라노 서선영과 테너 강요셉이 특별출연해 베르디 ‘가면무도회’의 중창을 함께 노래한다.

3만∼10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바리톤 김기훈#카디프의 별#오페라 아리아들로 리사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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