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과녁을 명중시키고 싶은가, 스스로 화살이 되라

전채은 기자 입력 2021-08-14 03:00수정 2021-08-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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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처/파울로 코엘료 지음·민은영 옮김/148쪽·1만4000원·문학동네
저자 파울로 코엘료는 평소 꾸준히 궁도를 수련해 왔다. 이번 소설은 그가 직접 활을 쏘면서 느낀 통찰이 밑바탕이 됐다. Philippe Cabidoche 제공

‘한번 떠난 화살은 돌아오지 않는다. 따라서 발시(發矢)에 이르기까지의 동작이 부정확했다면 아무렇게나 쏘기보다는 중간에 동작을 멈추는 편이 낫다. 하지만 단지 실수가 두려워 경직될 때는 망설이지 말고 쏴라.’

자아를 찾아 나선 양치기 청년 산티아고가 여행길에서 만난 연금술사와 신비로운 경험을 하는 이야기 ‘연금술사’로 전 세계 3억2000만 독자를 사로잡은 브라질 작가 파울로 코엘료가 또 다른 지혜를 안겨주는 이야기로 돌아왔다. 이번 소설의 중심에 놓인 소재는 바로 활. 산티아고가 긴 여정 끝에 꿈과 자아를 찾았다면 이 소설 속 인물과 독자들은 활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발견하게 된다.

이야기는 궁술로 최고의 경지에 오른 이방인이 전설적인 명궁 ‘진’을 찾아오며 시작한다. 이방인은 진의 명성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겠다며 진에게 도전한다. 두 사람의 대결을 지켜보게 된 한 소년은 그저 평범한 목수인 줄로만 알았던 진이 화살을 쏘는 모습을 보고 단숨에 활에 매료된다. 활을 통해 마음을, 인생을 들여다보는 진과 소년의 여정이 그렇게 시작된다.

한국어 번역본에는 소설의 여운과 감동을 배가하기 위해 동화책 ‘엄마 마중’, ‘책과 노니는 집’ 등의 삽화로 유명한 화가 김동성의 그림 22점이 함께 실렸다. 문학동네 제공
화살을 정확히 과녁에 꽂기 위해서는 화려한 궁술보다 정갈한 마음가짐이 우선이다. 소설이 궁술에 관한 지식을 전달하기보다는 마음과 정신 수련을 강조하는 건 이 때문이다. 이를테면 진에게 도전해온 이방인은 40m 떨어진 작은 체리에 화살을 관통시킬 정도로 훌륭한 사수다. 하지만 산 정상의 낭떠러지 앞에 설치된 흔들다리 한가운데서는 20m 거리에 있는 복숭아도 맞히지 못한다. 진은 이방인에게 이렇게 말한다. “궁사가 언제나 전장을 택할 수는 없습니다. 화살을 정확하게 잘 쏘는 것과 영혼의 평정을 유지하고 쏘는 것은 매우 다르다는 점을 기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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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오랜 기간 직접 궁술을 배우며 익힌 경험을 바탕으로 이 소설을 썼다. 출판사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화살을 쏠 때마다 표적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활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나아가서는 화살과 표적 자체가 돼야 한다는 점을 느꼈다”고 말했다. 활을 쏘며 직관적으로 익히게 된 지혜를 하나하나 기록한 결과가 이번 소설이다. 활쏘기를 사랑하는 그는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를 딴 우리나라 양궁 대표팀 안산 선수의 기사를 자신의 트위터에 공유하며 “축하한다. 내 책이 한국에서 출판되는 대로 사인본을 보내겠다”고 쓰기도 했다.

저자의 문학세계는 1986년 떠난 스페인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순례에서 잉태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 순례가 연금술사와 ‘순례길’ 등 각 작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번 소설에도 그 경험이 녹아들어 있다고 저자는 밝혔다. 한국에 연금술사가 처음 번역 출간된 지 꼭 20년이 흘렀다. 연금술사가 책장 어딘가에 먼지와 함께 꽂혀 있는 독자라면 이번 소설과 교차해 읽어보며 다시금 코엘료가 역설해 온 인생의 진리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과녁#화살#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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