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나도 벌써 중년”… 그때가 바로 인생을 즐길 순간

김태언 기자 입력 2021-06-05 03:00수정 2021-06-0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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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나이는 당신이 아니다/카밀라 카벤디시 지음·/신현승 옮김/400쪽·1만9000원·시크릿하우스
노년의 삶을 기회로 생각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젊은 노인(Young-Old)’들은 가공 식품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채식 위주의 식단을 즐기거나 활발한 육체활동,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살아간다. 공식적인 생산연령은 15∼64세지만, 데이비드 호크니는 76세에 세계 최고의 아이패드 화가가 됐고, 데이비드 애튼버러는 90대에 영국 TV 시리즈 히트작을 만들고 있어 노인에 대한 편견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서른 살에 워킹홀리데이 가면 너무 늦을까?” “예순에 유튜브 시작하면 이상할까?”

우리는 삶의 여러 단계에서 자신의 나이에 갇힐 때가 많다. 나이에 대한 고정관념은 자아를 억압한다. 세월이 흐를수록 이런 현상은 심해진다. 환갑에 이르면 은퇴를 고민하는 게 당연시된다. 여기에 치매 등 질병에 대한 불안까지 겹친다. 번쩍이는 아이디어와 삶에 대한 열정은 젊음에 속한 것이라고 믿는다.

맥킨지 경영 컨설턴트 출신으로 영국 칼럼니스트인 저자의 아버지도 그랬다. 그는 늙어가는 걸 매우 두려워했다. 50세 생일에 부친은 “모든 게 끝났다”고 푸념했단다. 생전 고양이를 무척 좋아했지만 자신보다 오래 살면 떠돌이 신세가 될지 모른다며 일부러 키우지 않았다. 그런데 아버지는 건강을 유지하며 86세까지 살았고, 이혼 후 고양이 없이 홀로 지내야 했다.

저자는 아버지의 삶을 보며 노인 개념을 다시 고민했다. 그러곤 나이에 갇혀 살지 않는 인생을 제안했다. 과거에 비해 인간의 기대수명은 늘었고 이에 따라 각 연령대가 갖는 사회적 의미도 달라졌다. 저자는 기대수명 증가로 인생에서 늘어난 건 노년이 아닌 중년이라고 지적한다. ‘엑스트라 타임’, 즉 인생에 추가 시간이 생긴 것. 신(新)중년으로도 불리는 ‘젊은 노인(Young-Old)’이라는 용어가 생긴 것도 이 같은 맥락과 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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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엑스트라 타임을 성취감 있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알츠하이머를 예방하는 데에는 퍼즐, 읽기, 쓰기보다 악기 연주가 효과적이다. 그는 하늘에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매들을 마우스로 클릭해 맞추는 두뇌훈련 게임 ‘호크아이’를 추천하면서 이 게임이 노인들의 교통사고 발생건수를 줄인다는 실험 결과를 알려준다. 무엇보다 나이가 들수록 의지할 친구가 필요하기에 ‘노인 공동 빌리지’와 같은 공동거주도 고려할 만하다.

개인적 차원을 넘어 정부와 기업도 젊은 노인을 지원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낮은 학력의 저소득층은 상대적으로 더 일찍 ‘늙은 노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제임스 나즈루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는 소득분위 하위 3분의 1이 70세에 경험하는 신체 능력저하를 상위 3분의 1은 80세 이후에나 겪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단순노동 위주의 미숙련 직종은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높아 심장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저학력 노동자는 ‘인지비축분’(두뇌가 즉흥적으로 일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해 알츠하이머에도 취약하다.

저자는 대안으로 은퇴 후에도 배울 수 있는 다기능 종합대학이나 노화 관련 질병에 대한 연구 및 제약 투자 활성화, 건강 기대수명을 측정해 대응하는 방안 등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 정부는 ‘건강 일본 21’ 프로그램을 통해 소금 섭취량과 혈압 수준, 일일 걸음 수 등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해 생활습관에서 비롯된 각종 질환에 대처하고 있다.

최근 노년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가 주목받는 건 다행스럽다. 모두가 그들처럼 살 수는 없겠지만 이들을 통해 동년배나 후세대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미국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이 지적한 ‘중요한 건 삶의 햇수가 아니라 그 햇수 가운데 있는 당신의 삶’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되새길 때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중년#인생#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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