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 사극’이 대세… 드라마 이어 웹툰도 인기몰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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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부리 영감 등 전래동화 접목하고, 조선 금혼령 등 새로운 소재 다뤄
‘궁중모략-암투’ 뻔한 스토리 벗어나

조선시대 국혼이 결정되면 14∼20세 처녀들의 혼인을 금했던 금혼령을 소재로 한 웹툰 ‘금혼령-조선혼인금지령’(왼쪽 사진). 웹툰 ‘조선여우스캔들’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혹부리 영감’ ‘망주석 재판’ 등 한국 전래동화를 접목시켰다. 네이버 웹툰 제공
조선시대 국혼이 결정되면 14∼20세 처녀들의 혼인을 금했던 금혼령을 소재로 한 웹툰 ‘금혼령-조선혼인금지령’(왼쪽 사진). 웹툰 ‘조선여우스캔들’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혹부리 영감’ ‘망주석 재판’ 등 한국 전래동화를 접목시켰다. 네이버 웹툰 제공
가야금 솜씨 및 미모가 조선 제일인 기생 ‘초란’과 천상에서 내려온 어사 ‘시호’가 하늘에서 도망친 동물들을 잡기 위해 활약을 펼친다. 이 과정에서 전래동화로 익숙한 혹부리 영감이 악인으로 나오는가 하면 흥부와 놀부, 선녀와 나무꾼도 튀어나온다. 올 1월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한 ‘조선여우스캔들’의 줄거리다.

정통사극에 참신한 소재를 접목한 ‘퓨전 사극 웹툰’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사극에 코미디를 접목한 tvN ‘철인왕후’,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좀비를 등장시킨 넷플릭스 ‘킹덤’ 등 퓨전 사극 드라마에 대한 높은 관심이 웹툰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사극이 가진 배경과 인물설정에 독자들이 몰입할 수 있는 다양한 재미 요소가 적절히 합쳐진 게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네이버 웹툰의 김여정 한국웹툰 리더는 “국내 콘텐츠가 해외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만큼 전통성과 확장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퓨전 사극에 많은 작가와 독자가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소희 작가의 조선여우스캔들은 사극 중 처음으로 전래동화를 접목시켰다. 현재까지 원님이 기지를 발휘해 비단을 도난당한 백성의 사건을 해결해주는 망주석(望柱石·무덤 앞 혼유석의 좌우에 세우는 돌기둥)재판 이야기와 혹부리 영감이 들어갔고 선녀와 나무꾼, 흥부와 놀부, 금도끼 은도끼도 등장할 예정이다. 관전 포인트는 전래동화의 원래 내용에 흥미로운 각색이 들어간다는 점. 전래동화 혹부리 영감은 혹에서 아름다운 목소리가 나온다며 도깨비에게 거짓말을 한 영감이 도리어 혹을 하나 더 달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웹툰에선 혹부리 영감이 도깨비 방망이를 훔쳐 혹을 뗀 뒤 유흥을 즐기다 벌을 받는다. 망주석재판도 웹툰에선 원님이 고심 끝에 주막에서 마주친 초란에게 조언을 구하는 이야기로 바뀌었다.

참신한 소재를 접목한 작품들도 인기다. 네이버웹툰의 ‘금혼령―조선혼인금지령’은 조선시대 금혼령(禁婚令)을 소재로 한 퓨전 사극. 금혼령이란 조선시대 국왕이나 왕세자의 결혼이 결정되면 국가가 14∼20세 미혼여성의 혼인을 금지한 제도다. 웹툰은 7년째 금혼령이 이어진 한양에서 남녀를 몰래 이어주는 궁합쟁이 ‘예소랑’의 활약을 그렸다.

이 웹툰과 원작 웹소설 ‘금혼령’을 쓴 천지혜 작가는 “미국에서 금주령을 내린 뒤 마피아 수가 더 많아지고 범죄율도 높아졌다고 한다”며 “만약 나라에서 7년째 금혼령을 내린다면 혼인을 향한 백성들의 열망이 더 높아지지 않을까라는 상상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과거 사극은 궁중 모략과 암투 등 정치물이 대세였다면 요즘은 뻔한 이야기를 어떻게 비틀어 낼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사극도 현대의 소비자에게 소비되는 콘텐츠이기에 빠르게 바뀐 트렌드를 이야기에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퓨전 사극#드라마#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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