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화성에서 감자만으로 버텼다는 건, 거짓말

김상운 기자 입력 2021-02-20 03:00수정 2021-02-20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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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러시/크리스토퍼 완제크 지음·고현석 옮김/392쪽·2만5000원·메디치미디어
영화 ‘마션’(2015년)에서 주인공 마크 와트니는 자신의 인분으로 기른 감자를 먹으며 화성에서 생존한다. 우주복에 조그마한 구멍이라도 나면 죽음에 이르는 이 척박한 행성에서 인간 문명의 원형이랄 수 있는 농경이 가능하다는 거다. 먹을거리가 해결된다면 인간의 화성 거주는 더 이상 꿈만은 아닐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 항공우주국(NASA) 수석작가 출신의 저자는 여기에 어깃장을 놓는다. 화성에서 감자만으로 생존할 수 있다는 건 거짓말이라는 것. 과염소산염 독소가 함유된 화성의 토양에서 빛만으로 감자를 키울 순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독소를 제거했다손 치더라도 감자는 충분한 영양분을 얻기 힘든 작물이다. 의학적 관점에서 감자만 섭취하면 1년도 채 되지 않아 비타민 결핍에 따른 야맹증, 구루병, 신경손상, 잦은 멍 등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차라리 와트니가 고구마를 키웠다면 감자의 두 배 정도 되는 영양분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은 부제(‘우주여행이 자살여행이 되지 않기 위한 안내서’)에서도 알 수 있듯 우주여행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과학적, 경제적 사실에 입각해 자세히 분석하고 있다.

최근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로 대표되는 우주여행의 장밋빛 전망을 깨뜨리는 내용인 것. 일례로 미소 간 우주경쟁이 한껏 달아오른 1960, 70년대 미국에선 20세기 내로 화성 탐사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선 지금도 화성 탐사는 아직 인간의 가시권 안에 들어오지 못한 상황이다.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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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현실 세계의 정치, 경제 상황이 우주여행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말한다. 일례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아폴로 13호의 산소탱크 파열 사고를 본 직후 1972년 대선을 앞두고 아폴로 16, 17호 발사계획을 모두 취소하려고 했다. 우주 사고가 자신의 대선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한 때문이다. 그렇다고 저자가 우주여행의 가능성을 완전히 부인한 건 아니다.

그는 “만약 중국이 2032년까지 화성 정착지를 세우겠다고 발표한다면 미국은 어떻게 해서든 2031년까지 이를 세우기 위해 자금을 동원할 것”이라고 썼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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