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 튀기며 격렬한 춤… 현장감 돋보인 무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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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 첫 온라인 콘서트 ‘THE SHOW’
첨단기술 대신 우직한 생동감
로제, 솔로 데뷔곡 ‘Gone’ 공개
팬 28만명 관람권 구입… 응원 댓글

31일 온라인 콘서트 ‘The Show’를 연 그룹 ‘블랙핑크’. 왼쪽부터 지수, 제니, 로제, 리사. YG엔터테인먼트 제공
31일 온라인 콘서트 ‘The Show’를 연 그룹 ‘블랙핑크’. 왼쪽부터 지수, 제니, 로제, 리사.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이돌의 라이브는 웬만하면 곧이곧대로 믿어선 안 된다.

현란한 춤사위 뒤의 정교한 ‘수술 작업’ 때문이다. 현장감까지 살려 미리 녹음한 노래 위로 실시간 노래를 살포시 얹거나 아예 립싱크를 해버리는 것은 기본. 녹화물의 경우엔 공연 뒤 디지털 편집으로 음정까지 보정해 낸다. 격한 안무가 핵심이므로, 화장만큼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등 여러 이유로 케이팝 그룹이 거치는 필수 코스에 가깝다. 표백된 실황을 보며 진짜 현장감이 그리울 때가 많은 것은 그 때문이다.

블랙핑크가 31일 오후 유튜브로 중계한 첫 온라인 콘서트 ‘THE SHOW’는 비교적 현장감이 돋보인 무대였다. 몇 번의 미세한 음정 불안은 열창하는 모습 덕에 되레 아름다웠다. 라이브 밴드의 폭발적인 연주도 존재감이 확실했다.

우선 ‘THE SHOW’는 아이돌 온라인 공연의 클리셰가 돼 버린 증강현실 기법부터 과감하게 내던졌다. 첨단기술의 힘을 우직한 생동감으로 대체했다. 연출력은 그래서 더 돋보이기도 했다. 공연 중반의 ‘DDU-DU DDU-DU’가 하이라이트였다. 여기저기 화염이 분출하는 후방에서 시작한 무대는 앞쪽의 수상 무대로 이어졌다. 멤버들은 발목 깊이로 첨벙 빠져 물방울을 튀겨가며 격렬한 춤을 이어갔고 피날레에선 댄서들이 물 위로 쓰러졌다. 무대를 넓게 썼다. 일반적인 무대보다 세로 길이가 두 배가량 길었다.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패널, 조명 연출, 밴드 연주를 카메라에 심도 있게 담도록 한 영민한 세팅이었다.

YG가 빅뱅, 2NE1 때부터 이어오던 흑인 밴드의 전통은 블랙핑크에서 또 빛을 발했다. 곡의 막바지나 전환부에 콩 볶듯 후려갈기는 톰톰(tom tom) 통타(痛打)는 노래에 탄력과 휘발성을 더했다. ‘마지막처럼’의 후주가 그랬듯 자주 전기기타 솔로가 이어져 ‘아재’ 록 팬도 열광시킬 만했다.

이번 공연은 YG가 처음 보여준 대형 비대면 콘서트였다. 사전 녹화와 인서트 영상이 일부 들어가긴 했지만 마치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공연 실황을 보는 듯한 스펙터클을 일궈낸 것이 칭찬할 만했다.

멤버들 중 가장 독특한 음색과 뛰어난 가창력을 지닌 로제는 이번에 솔로 데뷔곡 ‘Gone’을 처음 공개했다. 기타 한 대를 배경으로 보컬의 매력을 십분 살린 어쿠스틱 팝 스타일이 빛났다. 향후 활동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YG에 따르면 약 28만 명의 팬이 ‘THE SHOW’의 관람권(3만6000∼4만8000원)을 구입했다. 영화 ‘매트릭스’의 초록 글씨 스크롤 장면처럼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전 세계 블링크(블랙핑크의 팬덤)의 응원 글이 채팅창을 공연 내내 도배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블랙핑크#온라인 콘서트#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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