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즈 글릭, 노벨문학상 첫 통화…“커피 마셔야해서 우선 2분만”

  • 뉴시스
  • 입력 2020년 10월 9일 16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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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깜짝 수상한 미국 시인
"꾸밈없는 아름다움으로 개인의 목소리를 보편화"

“여기(미국)는 너무 이른 시각이에요. 지금 당장 커피를 좀 마셔야 하는데. 2분이면…(통화 시간이 괜찮지 않나요?)”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미국 시인 루이즈 글릭(77)은 노벨위원회와 첫 전화 통화에서 이렇게 반응했다. 노벨위원회가 8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게재한 글릭과 3분22초가량의 전화통화 녹취록에서 그녀는 “지금 (통화가) 녹음이 되는 건가요? 지금은 정말 통화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A) 등 언론들도 “노벨문학상 수장자인 글릭은 그날의 첫 커피를 아직 마시지 않았기 때문에 소감 말하는 것에 대해 시작하는 걸 망설였다”고 보도했다.

2분의 인터뷰 시간을 겨우(?) 얻어낸 인터뷰어 애덤 스미스가 “노벨상이 어떤 의미가 있냐”고 묻자, 글릭은 “너무 갑작스러워 전혀 모르겠다”고 답했다.

잠시 뜸을 들이더니 “대단한 영광이고, 제가 존경하기 힘든 몇몇의 수상자가 떠올랐어요라”고 했다. LA타임스는 “그녀가 정확히 누구를 언급했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했다.

글릭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건 ‘깜짝 수상’으로 통한다. 앞서 해외 언론 등이 내놓은 후보 명단에 그녀는 없었다. 베팅 사이트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내 언론도 주목하지 않았다. 그의 책은 아직 국내에 번역된 것이 없다.

스미스가 당신을 아직 잘 알지 못하는 독자를 위한 추천 목록을 묻자, “경멸감을 느끼고 싶지 않는 독자라면 내 첫 책(‘맏이’(Firstborn))은 피하는 것이 낫다”고 했다.

1993년작 ‘야생 불꽃’으로 퓰리처상을 받기도 한 그녀는 대신 2006년 펴낸 ‘아베르노’와 최근작(2014년)인 ‘충실하고 선한 밤’(Faithful and Virtuous Night)을 권했다.

글릭에 대해 “꾸밈없는 아름다움으로 개인의 목소리를 보편화했다”고 평한 한림원은 ‘아베르노’와 관련해서는 “걸작으로 죽음과 지하의 그리스 신 하데스에 붙잡혀 지옥으로 내려가는 페르세포네의 신화를 환상적으로 해석했다”고 극찬했다.

무엇보다 글릭은 “지금도 내 전화벨이 계속 울리고 있어요”라면서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상을 유지해나가는 것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스미스는 ‘살아있는 경험의 중요성’에 대해 물었다. 그러나 글릭은 “그건 지나치게 거대한 문제”라고 응수했다. “여기는 겨우 아침 7시밖에 안 됐어요. 그것에 대해 분명 할 말은 있어요. 그리고 분명히 좋은 생각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2분이 지났나요?”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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