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패셔니스타는 ‘페트병’을 입는다

박선희 기자 입력 2020-09-22 03:00수정 2020-09-22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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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패션계도 ‘제로 웨이스트’
재활용 소재 의류-가방 잇따라 선보여
플라스틱 폐기물에서 추출한 원사로 만든 원피스. H&M 제공
올가을 패션계를 관통하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지속가능한 소재에 대한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거세진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바람이 패션계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제품 교체 주기가 빠른 제조·유통 일괄형(SPA) 브랜드는 물론 명품이나 아웃도어 의류도 재활용 소재를 적극 활용한 친환경 패션을 추구하고 있다.

옷감에 쓰는 재생 소재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것은 버려진 페트병이다. 해양 생태계 오염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재활용 효과가 높은 데다 옷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합성섬유인 폴리에스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소재라 친환경 패션의 필요성을 이해시키는 데도 용이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주로 수거한 페트병을 갈아서 녹인 뒤 원사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제작한다.

제주에서 수거한 투명 페트병으로 니트백 등을 제작하는 플리츠마마 서강희 실장은 “원유를 정제한 것과 촉감, 기능이 동일하게 만들지만 가격은 리사이클 제품이 30∼50% 비싸다. 가격이 저렴하진 않지만 소비자들이 브랜드 가치와 지향점에 공감해 주기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양털 같은 촉감으로 가을겨울 의류에 단골로 쓰이는 ‘뽀글이’ 플리스 소재 역시 이렇게 뽑아낸 재활용 원사로 제작한다. 페트병 다음으로 옷감에 많이 쓰이는 재생 소재는 나일론으로 만드는 폐어망, 폐건축 자재다.

제주의 투명 페트병에서 추출한 폴리에스터로 만든 니트가방. 플리츠마마 제공
패션업체들은 이런 소재를 활용했다는 것을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H&M은 최근 재활용 소재로 구성된 새로운 가을 컬렉션을 선보이면서 “디자인뿐 아니라 소재 역시 시간을 뛰어넘어 지속가능함”을 강조했다. 1930년대 레이스 드레스에서 영감을 받은 퍼프 소매, 러플 등 빈티지한 디테일을 가진 이번 컬렉션은 플라스틱 폐기물, 폐직물에서 뽑아낸 폴리에스터, 리사이클 나일론, 리사이클 울로 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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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업체들이 올해 가을겨울 내놓은 신제품도 다양한 재활 소재에 방점이 찍혔다. 보테가 베네타가 코르크 소재로 만든 숄더 파우치를 선보였고, 프라다는 플라스틱 병에서 뽑아낸 원사로 만든 남성용 코트를 내놨다. 메종 마르지엘라는 재고와 남는 원단을 이어붙인 의상을 선보였다. 친환경적 이미지와 밀접할 수밖에 없는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 노스페이스도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유기농 순면을 활용한 라인을 선보이고 있다.

패션업체들이 재활용된 소재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원산지, 제조 과정을 가급적 소상히 소개하는 이유는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의 동참을 끌어내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H&M은 원단의 생산지, 생산 시기, 제작 과정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노스페이스는 충전재, 안감 등에서 몇 퍼센트가 리사이클링 재료로 제작됐는지를 라벨에 구체적으로 밝힌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옷을 사며 환경 보호에 어떻게 구체적으로 참여했는지 인식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구매 만족도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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