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시노 겐 “음악이든 연기든 글이든 리듬감을 느끼는 게 중요”

임희윤 기자 입력 2020-05-22 16:14수정 2020-05-2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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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에 머무는 일본 톱 가수 겸 배우 겸 작가 호시노 겐(星野源·39)을 서면 인터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 발표해 화제가 된 ‘집에서 춤추자’를 최근 디지털 싱글로 정식 발표했다. 무엇보다 지난달 호시노의 책이 처음으로 한국에 정식으로 번역, 소개됐다. 일본에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에세이집 ‘생명의 차창에서’(민음사)다. 담백한 단문의 고백이 진솔하다. 일식 주점의 단출한 기본 반찬처럼, 별것 아닌데 맛깔스럽다.

드라마 주제가 ‘고이(戀)’로 열풍을 일으키고, 두 장의 앨범(2015년 ‘YELLOW DANCER’와 2018년 ‘POP VIRUS’)을 오리콘 차트 정상에 올렸으며, 5대 돔 순회공연까지 한 그는 명실상부 현재 일본 최고 인기의 남성 솔로 가수다. 완성도 높으면서 친숙한 그의 음악은 자칭 ‘옐로 뮤직’을 표방한다.


그러나 호시노는 한때 자신의 목소리조차 부끄러워하는 청년이었다. 스무 살에 밴드를 결성하고도 자기 목소리가 싫어 연주곡만 했다. 우연히 알게 된 호소노 하루오미(전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 ‘해피 엔드’ 멤버)의 격려로 29세에야 가수 데뷔 앨범을 냈다. 제목마저 ‘바보의 노래’. 그런데 웬걸. 어렵게 꺼낸 ‘바보’의 목소리가 일본인의 가슴을 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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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로서 자리를 잡아가던 2012년, 호시노에게 벽력이 떨어졌다. 지주막하 출혈 진단. 이듬해 머리뼈를 여는 대수술을 받았다.

‘이 둥그런 부분이 윙 소리를 내며 열리는 조종석이라고 생각하면 조그만 내가 ’나‘라는 로봇을 조종하는 기분이 들어서 무척 재미있다.’(‘생명의 차창에서’ 중)

그의 문체에서도 음악적 리듬감이 떠오른다. 호시노는 “음악이든 연기든 글이든 리듬감을 느끼는 게 아주 중요하다. 인간은 늘 심장박동을 느끼며 살고 있는 만큼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본다”고 했다. 그는 2013년 첫 주연 영화 ‘묻지 마 사랑’으로 일본 아카데미 신인배우상을 거머쥔 뒤 배우로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금 하는 서면 인터뷰는 며칠 몇 시, 어디에서 하고 계신가요?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5월 1일 10시 39분, 저희 집 거실 탁자에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오늘은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스트레칭과 웨이트트레이닝하고 아침을 먹은 후에 일을 조금 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에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 엄혹한 상황 속에서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벌써 한 달 가까이 집안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하지 못했던 방청소나 가구 배치 바꾸기, 곡 쓰기 등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지냅니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집에서 춤추자(うちで踊ろう)’라는 노래 영상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집에서 춤추자’는 어떤 상황과 환경에서 만든 곡인가요? 일본에서 여러 아티스트들과 작업한 동영상을 공개해 화제가 됐는데, 그에 대한 감상을 부탁드립니다.

“3월 후반에는 아직 정부로부터 특별히 외출 자숙 요청이 나오지 않았지만 외국의 상황을 보면 머지않아 일본도 불필요한 외출이 금지되는 날이 올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되면 사람들과 만나지 못하고 혼자 있게 될 텐데, 떨어져 있어도 ‘누군가와 함께 있다’고 느낄 수 있는 재미난 콘텐츠가 없을까 궁리하다가 음악가로서 내가 해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노래를 만들고 동영상을 올리면 거기에 맞춰 누구나 노래든 악기든 춤이든 그림이든 애니메이션이든 재미난 영상을 찍어서 SNS나 유튜브에 올리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발표하자마자 국내외에서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면서 크게 화제가 되었습니다. ‘즐겁게 해줘서 고맙다’ ‘떨어져 있어도 함께 있는 것 같다’고 수많은 사람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받았는데, 요즘에는 매일 올라오는 동영상을 확인하면서 반대로 제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여태까지 몇 권인가 책을 출판했는데, 한국에 정식 소개된 저서는 ‘생명의 차창에서’가 처음입니다. 작가로서 호시노 겐 씨와 처음 만나는 독자 여러분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립니다. 한국에 나올 제 책이 여러분에게 어떻게 전해질지 몹시 기대가 됩니다. 조금이라도 즐겁게 읽어주신다면 기쁘겠습니다.”

―한국의 일반 독자 중에는 이번 작품을 통해 호시노 겐 씨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많을 것 같습니다. ‘호시노 겐은 이런 사람이다!’라는 자기소개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음악가이자 배우, 작가를 겸하고 있습니다. 서른아홉 살이고 지금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촬영이 중단되었지만 곧 방송될 드라마 ‘MIU404’에서 주연을 맡았습니다. 한국에 계신 여러분도 꼭 봐주시기 바랍니다.

―‘고이(戀, 사랑)’가 일본에서 크게 히트했죠. ‘부부(라는 제도)를 넘어서 가자(夫婦を超えてゆけ)’라는 가사에 대해 LGBTQ(성 소수자)를 비롯해 다양한 사랑의 가능성을 포용하는 내용이라고 해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부부를 넘어서 가자’라는 가사는 당초 어떤 생각으로, 어떤 의미를 전하고 싶어서 작사한 것인가요?

”(고이는) 저도 출연했던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逃げるは恥だが役に立つ)’라는 드라마의 주제가였습니다. 그 드라마는, 제 역할이 상대역을 맡은 아라가키 유이에게 보수를 주고 계약결혼을 하자는 시점에서 시작되는 연애코미디였죠. 그 주제가를 불러달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먼저 결혼이라는 제도에서 이탈한 두 사람의 연애를 응원하는 노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일본은 아직 다양성이라는 면에서 보자면 부족한 부분이 있어요. 제이팝(J-Pop)의 연애송도 남녀를 설정한 노래가 많은데 그렇지 않은, 더 넓은 의미에서의 러브송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사랑이니 애정이니 말할 때 성별은 관계없어요. 부언하자면 인간이 아닌 이차원이나 허구와 사랑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결혼은 축복해야 할 일이지만 인류 공통의 목표는 아니잖아요. 이렇게 이제는 상식이 된 가치관을 노래에 충분히 반영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곡을 썼습니다.“

―‘생명의 차창에서’의 제목과 첫 챕터를 보면 2013년에 수술을 받은 후의 감상이 절절하게 전해집니다. 최근 몸 상태는 좀 어떠신가요?

”지금은 아주 건강합니다! 일본에는 ‘세계의 차창에서(世界の車窓から)’라는 유명한 장수 TV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세계 각지의 열차에서 촬영한 아름다운 영상이 나오는 방송입니다. 그 방송을 패러디한 제목이에요(웃음). 저는 옛날부터 인간의 몸이란 정신과 영혼을 넣은 상자와 같다고 느꼈습니다. 묘한 소외감이랄까, 창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경치를 바라본다는 감각이 있었어요. 그 감각과 방송 제목이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제목을 지었습니다.“

―음악가 배우 작가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일만 하기에도 벅찬데 이렇게 정력적으로 활동하는 열정과 에너지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그 비결을 알고 싶습니다. 각각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즐겁다거나, 혹은 어떤 일이든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는 건가요?

”좋아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겠죠.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음악, 연극무대, 글쓰기가 지금은 다 일이 되었습니다만 처음에는 저더러 ‘하나만 해’라고 조언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좋아하는데 어떻게 그만두지’라고 생각하면서 아무것도 그만두지 않고 계속 해왔어요. 지금은 그들의 판단이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문화와 음악에도 관심이 있나요? 혹시 관심이 있다면 어떤 점이 인상적일까요?

”한국영화에 아주 관심이 많습니다. 선배 구니무라 준 씨에게 ‘곡성’의 촬영 뒷이야기를 아주 흥미진진하게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음악은 R&B와 힙합을 관심 있게 듣고 있습니다.“

―책을 읽었습니다만 단문의 리듬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글을 쓸 때도 음악의 리듬감을 고려했나요?

”그건 저의 피치 못할 습관이기도 한데, 음악이든 연기든 글이든 리듬감을 느끼는 게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늘 심장박동을 느끼며 살고 있는 만큼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호시노 겐 씨와 같이 모든 사람이 꿈을 실현할 수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호시노 씨를 사랑하고 선망하는 많은 젊은이들, 특히 위축돼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는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저에게도 저 자신을 믿지 못하는 날들이 있었습니다. 어떤 일을 하든 어떤 사람을 만나든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 자연히 도와주겠다는 사람이 늘어나고 그것이 자신감이 됩니다. 대다수의 의견에 아무 생각 없이 따르지 말 것, 늘 스스로 생각하고 그 생각을 멈추지 않을 것, 그리고 어떤 일을 하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것. 저 역시 그러한 자세를 늘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2020~2021년에 작가와 배우, 음악가로서 혹은 전혀 다른 역할로서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있습니까?

”아직은 특별히 없습니다. 단 세계가 점점 변화하면서 제 역할도 달라지겠죠. 그 순간순간마다 제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고 싶습니다.“

―호시노 겐에게 노래란? 연기란? 글쓰기란? (부담스러운 질문을 해서 죄송합니다. 한 마디로 답해주셔도 괜찮습니다.)

”목숨을 걸고 하는 즐거운 놀이라는 느낌입니다.“

―어떤 인생을 살았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까?

”재미있게 살았던 사람으로 봐준다면 기쁠 것 같습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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