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델루나’ 홍정은-미란 자매 “둘이 떨어져 대본쓰기? 상상도 못하죠”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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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째 시나리오 함께 작업
“노트북 한대로 번갈아가며 써… 근거없는 표절시비 삼갔으면”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를 집필한 홍정은(왼쪽),
홍미란 작가는 5남매 중 첫째, 셋째다. 이들은 “오래
같이 하다 보니 생각마저 비슷해졌다. 작가를 그만두지
않는 한 계속 같이 작업할 것”이라고 말했다. tvN 제공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를 집필한 홍정은(왼쪽), 홍미란 작가는 5남매 중 첫째, 셋째다. 이들은 “오래 같이 하다 보니 생각마저 비슷해졌다. 작가를 그만두지 않는 한 계속 같이 작업할 것”이라고 말했다. tvN 제공
“처음엔 달 하나만 떠 있는 우주를 상상했는데, 근사한 우주선이 있더라고요.”

홍정은(45), 홍미란(42) 작가(일명 홍 자매)는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에서 1분 남짓한 우주 장면에 감탄했다고 한다. 2일 서울 마포구 스튜디오드래곤에서 만난 이들은 “영상화가 어려웠던 생각들이 시각적으로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입을 모았다. 죽은 자의 원한을 달래주는 호텔과 이를 운영하는 여사장 장만월(아이유)의 이야기를 다룬 ‘호텔 델루나’는 1일 시청률 12%(닐슨코리아)를 기록하며 화제 속에 막을 내렸다.

홍 자매는 SBS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2010년) 집필 당시 ‘호텔 델루나’를 기획했다. “구미호 꼬리를 붙이고 연기했던 시절”이었을 정도로 당시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이 조악해 자그마치 9년을 묵혀 왔다. 미란 씨는 “세트장이 실제 호텔보다 좋아 놀랐다”고 했다.

KBS ‘쾌걸춘향’(2005년)부터 함께 글을 써온 이들은 “서로 떨어져 글 쓰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집에서 노트북 한 대를 켜놓고 번갈아가며 생각나는 문장을 써나가는 식이다. 의견 충돌이 생기면 한 명이 자리를 잠시 비울 때도 있지만 솔직한 피드백이 완성도 있는 시나리오를 쓰는 데 보탬이 된다.

“저는 ‘졸리면 자고 내일 쓰자’는 생각인데, 동생은 부지런해요. 물론 저의 느긋하고 신중한 성격이 장점이 될 때도 있어요. 완급 조절이 잘된다고 생각해요.”(홍정은)

두 작가는 지난해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사후 세계에 대한 생각을 유독 많이 하게 됐다. 과거 정은 씨가 MBC ‘신기한TV 서프라이즈’에 참여하면서 접한 가슴 아픈 귀신 제보들도 시나리오 완성에 도움이 됐다.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닌 오묘한 존재인 장만월은 애초에 아이유를 점찍어 뒀다. 캐스팅에 실패하면 드라마를 포기할 생각도 했다고 한다. 미란 씨는 “겉으론 화려해 보여도 홀로 있을 때 짠해 보이는 분위기에 (아이유가) 제격이다”고 전했다.

그간 MBC ‘최고의 사랑’(2011년), tvN ‘화유기’(2017년) 등 홍 자매 작품들은 성공과 별개로 표절 논란에 휘말리는 일이 많았다. ‘호텔 델루나’도 일본 만화와 설정이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미란 씨는 “가슴에 돌덩이가 얹혀진 것처럼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심령물 소재는 수많은 작품에서 쓰인 소재예요. 온라인에서 근거 없는 표절 프레임이 씌워질 때마다 이야기할 데도 없고 억울했습니다.”(홍정은)

1일 에필로그에 최근 전역한 배우 김수현이 등장한 것에 대해선 “아직 시즌2를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호텔 델루나#홍자매#홍정은#홍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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