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장애인이어도, 사춘기여도 괜찮아 가족이니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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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손잡고 함께 읽을 만한 책 3권
◇오빠는 오늘도 오케이/사토 미사요 글, 그림·채송화 옮김/1만3000원·한울림스페셜
◇열세 살의 여름/이윤희 글, 그림·2만 원·창비
◇우리 아빠는 도둑입니다/비외른 잉발젠 지음·손화수 옮김/1만3000원·북레시피

10대를 위한 소설인데 내용은 제법 묵직하다. 어른용 에세이인데 어린이도 충분히 읽겠다 싶다. 최근 나이별 분류법에서 벗어난 책이 다수 나오고 있다. 내용, 길이, 시각적 측면에서 어른과 아이가 함께 즐길 만한 새 책 3권을 소개한다.

1. 오빠는 오늘도 오케이

10대 시절엔 오빠가 늘 못마땅했다. 화장실 문을 열어둔 채 볼일을 보고, 늘 팬티 바람에 먹을 땐 온갖 소리를 내고…. 이혼해서 아빠는 집에 없고 엄마는 일하느라 바쁜데, 오빠마저 신경을 박박 긁어대니 그럴 만했다.

오빠를 이해하기 시작한 건 대학 졸업 작품을 준비하면서부터. 오빠를 위한 특별 변기를 고민하다 보니 새삼 그가 다시 보였다. “오빠는 언제나 자기 본연의 모습 그대로 생활한 것이다.”

찬찬히 되감아본 오빠는 아기처럼 사랑스러웠다. 아침마다 ‘안녕, 잘 잤어?’ 대답을 들을 때까지 묻고, 물을 마시기 전엔 ‘돼?’ 하고 허락을 구한다. 덮밥은 층층이 차례대로 먹는다. 이따금 생각에 잠겨 빙긋이 웃기도 한다. 과거를 반추하던 저자는 자신의 아픔과 맞닥뜨린다.

“가족과 나 자신에 대한 원망이 응어리진 탓에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원만하지 않았다.” “오빠만의 ‘질서’가 있듯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의 ‘질서’가 있는 법이다.”

다운증후군 환자의 특성과 가족의 애환을 담백하게 그렸다. 명랑함과 아픔을 강약조절한 솜씨가 돋보인다. 초등학생∼성인.

2. 열세 살의 여름

주인공 해원은 열세 살이다. 초등학교 6학년 여름, 가족 휴가로 떠난 바다에서 해원은 산호를 만난다. 내심 좋아하던 반 친구다. 그날 이후 눈덩이처럼 불어난 산호를 향한 마음. 단짝 친구 진아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을까 했더니, 벼락이 떨어진다. “예전에 산호가 나 좋아했어.”

1998년 여름날이 배경이다. 단순한 눈짓에 모든 감정을 덧입혀 씨름하는 유리 같은 열세 살의 어설픈 사랑이 풋풋하다. 아무리 다듬어도 못마땅하던 머리 모양, 단짝과 주고받던 교환 일기, 은근 신경 쓰였던 인기투표…. ‘추억템’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저마다의 열세 살 풍경이 비슷해서일까. 단조로운 일상이지만 여느 막장 드라마보다 몰입도가 높다. 성인용이라면 반전 축에도 못 낄 마지막 장면에서 멈칫했다면, 추억 여행에 성공한 셈이다. 초등학생∼성인.

3. 우리 아빠는 도둑입니다


어느 날 아빠가 경찰에 붙잡혀 갔다. 하늘 같던 우리 아빠가 도둑이란다. 회사 로커는 물론이고 마을의 거의 모든 집에서 물건을 훔쳤단다. 내게 생일 선물로 준 자전거마저도….

그날 이후 모든 게 달라졌다. 친구들은 나를 졸졸 따라다니며 “이것도 훔쳤느냐”고 묻고, 선생님은 따돌림을 모른 척했다. 단짝 친구 로게르마저 무슨 짓을 할지 두려워졌다.

엄마는 아빠가 물건을 훔쳤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해고당했다. 마트에서는 “훔친 돈은 받지 않는다”며 출입을 거부한다. 엄마는 흐느끼다가 입술을 깨물며 아빠를 욕했다.

“무언가를 사야 할 때마다 항상 선물이라며 갑자기 들고 오곤 했어. 그만큼 도둑질도 좋아했던 건 아닐까.”

가냘픈 유년 시절을 지나온 건 온전히 부모 덕분이다. 우주 같은 엄마 아빠가 내 뒤에 버티고 있다는 생각이 우리를 자라게 한다. 주인공이 끝내 쓰러지지 않아서 다행이다.

“이 길도 착한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는 건 아닐까. 아니다. 길은 모두를 위한 것이 아니었던가.” 초등학교 고학년∼성인.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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