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대립 심각해지면 남북분단 더 고착화될 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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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분단…’ 번역 출간 앞둔 日 오코노기 교수 e메일 인터뷰

‘한반도 분단의 기원’ 한국어판을 출간한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 동아일보DB
‘한반도 분단의 기원’ 한국어판을 출간한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 동아일보DB
50년 가까이 한반도 문제를 다룬 일본의 대표적 전문가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대 명예교수의 책 ‘한반도 분단의 기원’(동서대 일본문화연구센터 편찬·나남)이 25일 번역 출간된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10월 나왔다. 책에서 그는 미소 양국의 안보관이 일본의 패전으로 인한 ‘힘의 공백’ 지대에서 충돌했고, 한반도 분단을 낳았다고 봤다.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6일 오후 5시 열리는 출판 기념 강연회를 앞두고 일본에 있는 그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한반도 분단이라는 주제를 탐구한 동기는 무엇인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한반도는 일본 제국의 영토로 간주됐다. 좋든 싫든 한반도 분단은 일본 현대사의 한 부분이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아무도 그에 대해 논하지 않는다. 그 터부를 깨고 싶었다. 또 원자폭탄의 투하가 일본과 한국에 다른 운명을 가져왔기 때문에 큰 관심을 가졌다. 사실 일본에 투하된 원자폭탄이 한반도 분단의 첫 번째 계기가 됐다.”

오코노기 교수는 책에서 집요하게 사료를 통해 미소의 군사전략을 파고들며 ‘38도선’의 기원을 찾아 나간다. 그는 원폭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방정식’이 급변했다고 봤다. 일본의 항복이 당겨지면서 미군은 대규모 상륙작전 대신 일본과 한반도에 진주작전을 기동적으로 실행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원폭이 없었다면 한반도는 미소의 분할 점령을 피하는 대신 전체가 소련의 위성국이 됐을 거라는 게 그의 시각이다.

―광복 후 좌우합작 운동에 대해 평가해 달라.

“너무 늦었다. 처칠 영국 총리가 1946년 3월 유럽을 분단하는 ‘철의 장막’ 연설을 한다. 그때 한반도의 38도선도 분단선이 됐다고 해석해야 한다. 그 무렵 북한에서는 김일성을 수반으로 하는 임시인민위원회를 만들고 급진적인 토지개혁을 시작했다. 김구 주석과 임시정부를 포함해 좌우 양파가 적극적으로 신탁통치를 받아들였다면 다른 역사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이는 가상의 세계에 속한다.”

오코노기 교수는 책에서 “소련을 등에 업은 김일성과 미국을 배경으로 한 이승만의 등장 등은 독립과 통일이라는 또 하나의 ‘상극’ 관계를 탄생시켰다”면서 “즉 ‘독립을 달성하려면 통일이 불가능해지고, 통일을 실현하려면 전쟁이 불가피해지는 불편한 상태’가 한반도 분단으로 이어졌다”고 썼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강대국의 안보가 충돌하는 조건은 그대로인가.

“냉전이 끝났으니 당시와는 다르다. 그러나 한반도에는 아직 시스템으로서의 세력 균형이 탄생하지 않았다. 북한의 비핵화와 남북 공존이 실현되고, 그것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필요하다. 그 이전에 미중 대립이 심각해지면 분단이 더 고착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최근 한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양쪽 국민은 격한 대립도, 극단적인 정책도 원하지 않는다고 본다. 한일 정부도, 국민도 협력의 중요성을 잊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안보상 미국을 사이에 두고 상호 의존하는 관계다. 양국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공유하고 기본적 인권을 존중하는 이웃 나라다. 장래 미국과 중국의 틈새에서 미들파워로서 지정학적 전략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되면 대북 경제지원이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그때 한국은 일본의 협력이 필요 없다고 할 수 있을까. 한일 협력 없이 북한의 본격적인 개방과 개혁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건 일본에도 중요하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한반도 분단의 기원#오코노기 마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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