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둥이 아빠 양동근, 축구용품 들고 카메룬 간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4일 16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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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겸 가수 양동근 씨(39)는 지난 7월 12~18일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회장 유원식)’과 함께 만난 카메룬 북동쪽 은가운데레 지역 아이들만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카메룬 아이들을 “꿈속에서나 볼 수 있는 천사 같은 아이들”이라고 했다. 한없이 해맑고 순수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양 씨가 카메룬에 간 건 11~15일 경기 과천 관문체육공원에서 열리는 제2회 ‘호프(hope·희망) 컵’ 축구대회에 참가하는 아이들을 격려하기 위해서였다. 호프컵은 카메룬 코트디부아르 몽골 멕시코 등 10개국 120명의 기아대책 결연아동이 참가하는 행사. 축구 국가대표 출신 안정환 MBC해설위원이 2016년 1회 대회에 이어 이번 대회에도 대회장을 맡았다. 이에 앞서 5일 오전 10시반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미디어데이 행사가 열린다.

양 씨가 카메룬 현지로 가는 과정은 고단했다. 직항이 없어 에티오피아를 거쳐 카메룬 수도 야운데까지 비행기로 20시간을 날아갔다. 당시 야운데에는 은가운데레 지역 아이 12명이 양 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열악한 지역 환경 탓에 아이들은 대부분 출생신고가 안돼 있어 공증을 받거나 경찰 조사 뒤 여권을 발급 받기 위해서였다.

양 씨는 이날 아이들과 함께 은가운데레까지 기차로 15시간을 더 이동했다. 우리로 치면 무궁화호 같은 완행열차였다. “피곤한데 자리가 불편해 잠을 이룰 수 없었어요. 그런데 한 아이가 의자 밑바닥에 누워 잠든 모습이 보이더군요. 저도 따라 누워보니 정말 편했어요. ‘여기가 천국인가’ 싶더라고요.”

처음엔 양 씨를 낯설어하던 은가운데레 아이들은 이틀 만에 ‘통통(Tonton·카메룬어로 ’삼촌‘이라는 뜻) DG(동근의 이니셜)’라 부르며 친해졌다. 아이들과 춤을 추고 축구도 함께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는 “평소에 사람 사귀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이곳 아이들은 너무 자연스럽게 다가와 쉽게 친해졌다”고 말했다.

양 씨는 출국하기 전 은가운데레 아이들이 축구 용품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듣고 유니폼과 양말, 축구화, 공 등을 준비했다. 자신이 입던 옷, 신발도 챙겼다. 그는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하자 활짝 웃으며 좋아했다. 한 아이는 나를 꼭 안으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며 “서로 나누고 사는 게 행복임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렇게 양 씨와 은가운데레 아이들은 하나가 됐다. 아이들은 토속 민요를 부르다 즉흥적으로 ‘통통 DG’를 넣어 부르거나 한국 동요 ‘싹 트네’를 노래하기도 했다. 양 씨는 축구장에서 멀리 떨어진 아이들을 위해 직접 차를 몰고 에스코트해주기도 했다.

“아이들은 흙집에 살지만 마음은 부자였어요. 그들의 부모에게 인사를 하니 환한 미소로 반겨주더군요. 도시에 사는 나보다 그들이 더 편안해 보였죠.”

양 씨는 아이들과 짧은 닷새를 함께 하며 정이 많이 쌓였다고 했다. 헤어지는 자리에서 어깨동무를 한 채 웃으며 이별 인사를 했다. 그는 “즐겁게 헤어지자 마음먹었는데 돌아오는 자동차에 오르자마자 눈물이 쏟아졌다”며 “그 아이들의 모습이 계속 아른거렸다”고 털어놓았다.

이들의 인연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양 씨는 요즘 드라마 ‘제3의 매력’ 촬영과 음반 녹음 등 일정이 빡빡함에도 은가운데레 아이들이 31일 호프컵 대회를 위해 내한할 때 인천국제공항으로 마중을 나갔다. 캐러비안베이에 아이들을 데려가 즐거운 시간도 가졌다. 호프컵 대회 기간에는 경기장을 찾아 카메룬을 응원할 계획이다.

양 씨는 “앞으로도 은가운데레 아이들과 만남을 이어갈 생각”이라며 “나 역시 세 아이의 아빠로 가족을 위해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은데레 아이들과 그의 자녀와의 차이를 묻자 “하나는 꿈같은 아이들이고 다른 하나는 현실”이라며 웃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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