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브랜드 다 모였네”… 스트리트 패션숍 전성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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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F가 2012년 선보인 ‘어라운드더코너’는 지난해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를 대거 유치하며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어라운드더코너 가로수길 외관 및 매장 내부 전경. LF 제공
LF가 2012년 선보인 ‘어라운드더코너’는 지난해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를 대거 유치하며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어라운드더코너 가로수길 외관 및 매장 내부 전경. LF 제공
국내 패션업계에서 스트리트 편집숍이 주목받고 있다. 2010년 이전까지 국내 패션시장에서 편집숍은 파리, 밀라노, 뉴욕 등 해외 유명 패션도시에서 막 유행하기 시작한 트렌디하고 비싼 수입 브랜드를 먼저 볼 수 있는 곳이었다. 2000년대 초반 수입 럭셔리 컨템퍼러리 브랜드의 부흥을 이끌었던 ‘분더샵’이 대표적이다.

2010년 이후에는 옷부터 향수, 문구류, 음식과 커피까지 모든 것을 한곳에서 파는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이 부상했다. LF의 ‘라움’,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텐꼬르소꼬모’가 잘 알려진 곳이다.

최근에는 맨투맨, 스니커즈, 조거팬츠 등 자유분방함을 극대화한 스트리트 패션 아이템들이 인기를 끌면서 다양한 스트리트 브랜드로 채워진 편집숍이 패션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오프라인의 ‘에이랜드’ ‘어라운드더코너’ ‘커먼그라운드’, 온라인의 ‘무신사’ ‘29CM’ ‘W컨셉’ 등 온·오프라인 스트리트 편집숍 전성시대다.

LF가 2012년 가을 선보인 ‘어라운드더코너’는 지난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를 대거 유치하며 스트리트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어라운드더코너는 올해 1∼4월 누계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50% 이상 늘어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10, 20대 젊은층이 많이 찾는 어라운드더코너 가로수길 매장은 3개 층 매장에서 월 평균 5, 6억 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는 같은 가로수길 상권에서 6개 층을 사용하고 있는 경쟁 매장의 월 매출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라운드더코너의 매출을 견인하고 있는 것은 위탁 브랜드이다. 위탁 브랜드란 브랜드가 수수료만을 부담하며 입점하는 형태이다. 여러 유통채널에 복수로 입점할 수 있어 최근 인기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들이 많이 택하는 방식이다. 올해 1분기 어라운드더코너에 입점한 ‘디스이즈네버댓’ ‘챔피언’ 등의 위탁 브랜드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 이상 늘었다. 어라운드더코너는 8월에는 홍익대 앞에 들어서는 AK플라자 홍대점에 신규 매장을 연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 선보인 ‘커먼그라운드’ 셀렉트숍 외부 및 내부 전경. 커먼그라운드 셀렉트숍은 서울을 포함한 전 세계 각지의 로컬 문화를 기반으로 탄생한 브랜드들로 구성돼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제공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 선보인 ‘커먼그라운드’ 셀렉트숍 외부 및 내부 전경. 커먼그라운드 셀렉트숍은 서울을 포함한 전 세계 각지의 로컬 문화를 기반으로 탄생한 브랜드들로 구성돼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제공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 선보인 ‘커먼그라운드’ 셀렉트숍도 인기를 끌고 있다. 커먼그라운드 셀렉트숍은 서울을 포함한 전 세계 각지의 로컬문화를 기반으로 탄생한 브랜드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탈리아 스포츠 브랜드 ‘휠라’를 비롯해 여성 브랜드 ‘라빠레뜨’, 모던 세미 캐주얼 브랜드 ‘MMIC’ 등이 새롭게 입점했다.

스트리트 편집숍의 주요 타깃이 10, 20대 젊은층인 만큼 이들에게 익숙한 온라인 시장은 경쟁이 더 치열하다. 온라인 스트리트 편집숍 브랜드들은 저마다의 강점을 내세워 고객 유치 경쟁에 한창이다. 온라인 셀렉트숍의 대표 주자인 ‘무신사’는 가격 경쟁력을, 여성을 위한 온라인 편집숍 ‘W컨셉’은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을, 감성 편집솝 ‘29CM’은 색다른 상품 구성을 통해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3000억 원을 낸 그랩의 온라인 셀렉트숍 무신사는 올해 매출 목표를 4000억 원으로 잡았다. 2002년 한 패션 커뮤니티 ‘무지하게 신발 사진이 많은 곳’에서 시작해 지금에 이른 무신사에는 현재 3000여 개의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최근 수년간 온라인 패션시장에서 인기를 모은 ‘앤더슨벨’ ‘오아이오아이’ ‘비바스튜디오’ ‘커버낫’ 등의 브랜드들이 무신사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어라운드더코너도 10, 20대 고객들의 편의성을 고려해 최근 온라인몰 ‘어라운드더코너닷컴’을 열고 온라인 시장을 강화하고 있다. 스트리트 패션잡지를 읽는 듯한 다양한 스토리텔링 콘텐츠는 물론이고 거리에서 촬영한 10, 20대 일반인의 패션 착장 사진을 나열한 스트리트픽, 입점된 스트리트 브랜드들의 룩북 등의 메뉴가 특징이다.

국내 스트리트 패션 편집숍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최근 사모펀드를 비롯해 투자도 잇따르고 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는 지난해 10월 온라인 셀렉트숍 ‘W컨셉’을 운영하는 더블유컨셉코리아 지분 80%를 600억 원에 사들였다. 최근에는 계열사인 IMM인베스트먼트를 통해 29CM에도 자금을 투자했다.

LF 어라운드더코너의 임철우 팀장은 “전 세계 패션계를 강타한 복고 열풍과 기성의 권위와 제도를 거부하고자 하는 10, 20대 젊은층의 저항의식이 스트리트 패션 아이템으로 투영되고 있다”며 “이러한 트렌드를 바탕으로 스트리트 편집숍들이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스트리트 패션숍#어라운드더코너#커먼그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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