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죽음이 내 탓?” 사물함에 갇힌 교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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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청소년 연극 ‘사물함’

국립극단 청소년극 ‘사물함’의 한 장면. 주인공 다은(오른쪽)이 같은 반 친구이자 편의점 주인 딸인 혜민을 바라보며 소리치고 있다. 국립극단 제공
국립극단 청소년극 ‘사물함’의 한 장면. 주인공 다은(오른쪽)이 같은 반 친구이자 편의점 주인 딸인 혜민을 바라보며 소리치고 있다. 국립극단 제공
같은 반 친구 ‘다은’이가 죽었다. 할머니와 단둘이 살며 최저시급도 받지 못하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던 아이였다. 단짝 친구는 없었지만,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라이브 방송 기능을 사용해 틈날 때마다 아르바이트 생활을 SNS 친구들에게 전하는 게 다은이의 유일한 취미생활이었다. 라이브 방송은 유통기한이 지난 폐기 음식을 리뷰하는 내용 등이었다.

연극 ‘사물함’ 주인공인 다은이의 죽음 이면에는 같은 반 친구들이 간접적으로 얽혀 있다. 편의점 주인은 친구 혜민이의 부모이고, 편의점이 입주한 건물의 소유자는 한결이의 할아버지다. 다은이는 편의점 창고를 정리하던 중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혜민이와 한결이는 다은이의 죽음을 애써 모른 체하며 각자의 생활을 이어간다. 하지만 다은이의 학교 사물함에서 원인 모를 썩은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서 학교에는 흉흉한 소문이 나돈다.

친구의 죽음을 둘러싼 고교생들의 불안함은 러닝타임 내내 극을 이끄는 중요한 요소다. 다은이의 죽음을 둘러싼 죄책감을 조금씩 느끼고 있지만, 막상 ‘너 때문에 다은이가 죽었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아이들은 안쓰러움을 자아낸다. 성적과 집안, 외모 등으로 보이지 않는 계급을 나누고 구분 짓는 모습에서 관객에게 ‘학교 역시 작은 사회’라는 씁쓸한 메시지를 전한다.

배우들의 강단 있는 연기가 인상적이다. 김윤희, 이리, 정연주, 정원조, 조경란 등 5명만 등장하지만, 모든 배우들이 캐릭터에 잘 녹아들었다. 6일까지 서울 국립극단 소극장 판. 3만 원. 1644-2003 ★★★(★5개 만점)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청소년 연극#사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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