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공소남닷컴] 90년대 추억 ‘월레스와 그로밋’이 온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4월 13일 05시 45분


클레이 애니메이션의 전설이 한국 팬들을 찾아온다. 아드만 애니메이션 전시회에서는 아드만 스튜디오의 예술성 높은 작품과 제작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1990년대의 향수가 그윽한 전시다. 사진제공|Aardman Animations Limited 2005
클레이 애니메이션의 전설이 한국 팬들을 찾아온다. 아드만 애니메이션 전시회에서는 아드만 스튜디오의 예술성 높은 작품과 제작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1990년대의 향수가 그윽한 전시다. 사진제공|Aardman Animations Limited 2005
■ 아드만 애니메이션 전시회

40년 전통 ‘클레이 애니’ 명가 작품들
13일부터 DDP서 총 372점 선보여


찰흙으로 인형을 만들어 찍는 만화영화를 클레이 애니메이션이라고 하죠. 다른 말로 점토 애니메이션이라고도 합니다. 인형의 모양을 조금씩 변형해 가면서 촬영을 하기에 한 편 만드는 데에 엄청난 노력이 들어가게 되죠. 클레이 애니메이션은 그야말로 ‘예술’입니다.

클레이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드만 스튜디오’라는 이름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애니메이션 마니아가 ‘지브리’를 모를 수 없듯 말이죠. 영국의 아드만 스튜디오는 40년이란 긴 전통을 지니고 있는 클레이 애니메이션의 명가입니다.

반가운 소식이 있습니다. 아드만 스튜디오의 초창기 작품부터 영화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한꺼번에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 왔습니다. 동아일보와 바이스가 주최하고 채널A가 후원하는 ‘아드만 애니메이션: 월레스&그로밋과 친구들’ 전시가 13일부터 7월12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전시관에서 열립니다.

프랑스 파리, 독일 프랑크푸르트, 호주 멜버른에 이어 4번째로 서울을 방문했습니다. 1990년대에 아이들을 상상의 세계로 이끌며 클레이 애니메이션이란 장르에 익숙하게 해주었던 ‘월레스와 그로밋’을 기억하시나요. 치킨파이가 되기 싫어 농장을 탈출하려는 닭들의 일탈기를 그린 ‘치킨런’, 변기 너머 지하세계를 다룬 ‘플러시’, 크리스마스의 로망을 불러일으키는 ‘아더 크리스마스’, 해적이 되기 위한 모험을 그린 ‘허당해적단’ 등 아드만의 대표 장편 애니메이션의 제작과정, 주요 캐릭터, 세트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총 372점의 작품과 체험존, 포토존도 마련됩니다.

월레스와 그로밋: 거대 토끼의 저주 - 동물원 인터뷰 - 숀더쉽 더 무비(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사진제공|Aardman Animations Limited 2005·Aardman Animations Limited 1989·Aardman Animations Limited & Studio Canal S.A. 2015
월레스와 그로밋: 거대 토끼의 저주 - 동물원 인터뷰 - 숀더쉽 더 무비(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사진제공|Aardman Animations Limited 2005·Aardman Animations Limited 1989·Aardman Animations Limited & Studio Canal S.A. 2015

1966년, 영국 남서부의 작은 마을에 살던 열두 살 소년 두 명이 아빠의 태엽식 카메라로 찍은 첫 애니메이션(제목이 쓰레기였답니다)이 오늘날 아드만 스튜디오의 씨앗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이들을 유명하게 만들어준 슈퍼 히어로 ‘아드만’은 남아프리카에서 서식하는 포유류 ‘아드박’과 슈퍼맨의 ‘맨’에서 따온 이름이었죠. 슈퍼 히어로라고는 해도 뭐 그저 빨간 망토를 걸친 평범한 남자였을 뿐이지만.

‘아드-믹스’라고 부르는 자체개발 점토로 만든 캐릭터는 스톱모션 작업을 거쳐 움직임을 갖게 됩니다. 장면들을 프레임 단위로 촬영해 움직이지 않는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습니다. 드로잉이 조각으로, 그리고 다시 조각이 작품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치 비밀의 속살을 보는 듯한 쾌감마저 듭니다.

혹시 가시게 되거든 전시의 마지막 섹션을 놓치지 마세요. 낮에서 밤으로 바뀌는 과정을 재현하는 특수 조명장치가 결합된 작품이 공개됩니다. 아드만 스튜디오의 조명디자이너들이 그야말로 빛을 ‘조각’했습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환상 속의 그대를, 현진영이 흐린 기억 속의 그대를 찾아 헤매고 015B가 굉장히 오래된 연인들을 노래하며 김건모가 핑계를 대고 신신애가 세상은 요지경이라 몸을 흔들던, 더 클래식이 마법의 성으로 놀러가자고 유혹하던 1990년대로 월레스와 그로밋이 안내합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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