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일본은 왜 미국의 속국이 되려하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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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국 민주주의론/우치다 다쓰루/시라이 사토시 지음/정선태 옮김/344쪽·1만6500원·모요사

도발적인 제목 그대로다. 미국의 속국(屬國)처럼 행동하는 일본의 정치 현상을 다각도로 분석한 책이다. 일본의 젊은 정치학자와 리버럴(진보적 자유주의자) 논객 2인의 솔직한 대담을 묶었다.

일본이 미국에 지나치게 저(低)자세를 취한다는 건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일본 내에선 “미국에 할 말은 해야 한다”는 사실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금기시하는 분위기라고 저자들은 입을 모은다. 우치다 다쓰루는 2006년 9월 ‘9조 어떻습니까’라는 책을 통해 처음으로 “일본은 미국의 군사적 속국이다”라는 파격적인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저자는 “호되게 비판받지 않을까 마음을 졸였지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일본 사회의 의도적 무시가 더 무서웠다”고 고백한다.

저자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왜곡된 역사 인식이 속국 현상을 가속화시킨 주범이라고 지목한다. ‘패전’이라는 단어 대신 ‘종전’이라는 표현을 고집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가 대표적이다. “미국에 대해서는 패배를 인정하면서도 이웃나라들에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오만하고 부도덕하기 짝이 없는 태도”라고 일갈한다. 문제는 이로 인해 동북아 평화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주위 국가들의 반대에도 안보 관련 법안을 밀어붙이고 2015년 급작스럽게 한일 정부가 위안부 합의를 한 배경에는 일본의 속국 현상이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아쉬운 점은 마땅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일본의 현실이다. 아베 총리와 같은 세계관이 일본인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관심, 윤리성 강화 등 원론적인 대안만 제시한 점도 뻔해 보인다.

책은 정치와 외교뿐 아니라 일본 사회의 경제, 문화 등 전반을 분석한다. 한국과 놀랍도록 유사한 부분이 많다는 점은 우리 사회에도 큰 시사점을 던진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속국 민주주의론#우치다 다쓰루#시라이 사토시#정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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