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조성진 “베를린필과 협연, 꿈 이루니 얼떨떨”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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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서 협연 데뷔 마친 조성진

피아니스트 조성진(왼쪽)이 4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베를린 필하모닉과의 첫 협연 무대 뒤 지휘자 사이먼 래틀의 손을 잡고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베를린필하모닉과의 협연은 조성진의 음악적 꿈 중 하나였다. 베를린 필하모닉 인터넷 생중계 캡처
피아니스트 조성진(왼쪽)이 4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베를린 필하모닉과의 첫 협연 무대 뒤 지휘자 사이먼 래틀의 손을 잡고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베를린필하모닉과의 협연은 조성진의 음악적 꿈 중 하나였다. 베를린 필하모닉 인터넷 생중계 캡처
4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베를린 필하모닉 공연의 협연자는 피아니스트 조성진(23)이었다. 부상으로 공연을 취소한 랑랑을 대신해 무대에 오른 조성진은 여유롭게 프랑스적 감수성이 가득한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를 선보였다. 경쾌한 재즈적 리듬이 이어지는 와중에 화사한 빛이 깃든 색채가 베를린 필 특유의 밀도 높은 소리와 만나 묘한 대조를 이뤘다. 커튼콜에서 쏟아지는 박수와 환호 소리가 증명하듯 매우 성공적인 데뷔였다. 공연 전과 그 뒤에 조성진을 만났다.

―베를린 필하모닉 데뷔 소감이 어떤가.

“어렸을 때부터 피아니스트가 되는 걸 목표로 정한 뒤 꿈꿔 왔던 것은 쇼팽 콩쿠르 우승이 아니라 카네기홀 리사이틀과 베를린 필과의 협연이었다. 올해 그동안 꿈이라고만 여겼던 것들이 다 이뤄졌다. 아직도 얼떨떨하다. 모든 연주자에게 다 주어지는 기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꿈이라면 베를린 필에 재초청 받는 거다.”

―베를린 필 지휘자 사이먼 래틀과의 호흡은 어땠나.

“7월 래틀이 런던심포니를 이끌고 랑랑과 함께 버르토크 2번을 선보이기로 했는데, 랑랑이 부상으로 취소하면서 대타를 하겠느냐는 연락을 받았다. 공연을 2주 앞둔 시기인 데다 버르토크 2번은 한 번도 협연 무대 경험이 없어 거절했다. 거절하고 나니 맘이 불편했다. 래틀과 막역한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에게 연락해 거절의 이유를 더 자세히 설명했고, 지메르만이 래틀에게 연락해 내 이야기를 잘 전달해 줬다. 이번에는 프로그램 변경이 가능해 라벨 협주곡으로 하게 됐다. 어릴 때 협연을 했던 곡이라 할 수 있겠다 싶었다.”

―베를린 필과의 호흡이 좋아 보였다.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인데도 단원들이 굉장히 겸손하고 친절해 첫 리허설 시작 후 10분쯤 지나 긴장이 풀렸다. 다양한 오케스트라를 만났는데, 종종 오케스트라들이 굉장한 자부심을 갖고 권위적으로 굴 때도 있다. 그런데 베를린 필은 20대 초반의 동양인인 나에게 편견 없이 대해 줬다. 4일 연주가 괜찮은 편이었지만 최고의 연주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투어를 지속해 나가면서 더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드뷔시 음반이 곧 출시되는데….

“예전에는 레퍼토리를 늘리고, 그 안에서 내 색깔을 찾아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연주를 계속하다 보니 아무래도 어떤 걸 잘하고 어떤 부분이 약한지 알겠더라.”

―당신 같은 피아니스트에게도 약점이 있나.

“나는 완벽한 피아니스트는 아니다. 잘하는 것은 그대로 살려 무대에서 선보이고 있지만 동시에 약점도 같이 가져가면서 계속 도전하며 부족함을 채워 나가고 싶다. 너무 ‘내 목소리’ ‘내 색깔’에 연연하고 매달리다가 다른 걸 잃어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피아니스트로서 평생 발전하는 것이 내 과제이니 시간과 함께 자연스럽게 내 색깔이 드러날 것이라고 믿는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라는 이름만으로도 국내 공연은 매진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클래식 애호가가 늘어나는 건 기쁘고 감사한 일이다. 귀하고 높은 음악이 느껴지는 연주로 보답하고 싶다. 특히 한국에서 연주할 때마다 많은 에너지를 받고, 응원해 주는 뜨거운 분위기가 참 좋다. (부상으로 공연을 못하게 된) 랑랑을 기대하셨던 분들에겐 죄송한 마음이 들지만,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19일 선보일 무대가 참 기대된다.”
 
베를린=김나희 음악칼럼니스트
#피아니스트 조성진#독일 베를린필하모닉#지휘자 사이먼 래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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