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코더리스트 염은초는 젊은 연주자답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도 활발하다. 본인의 연주 동영상과 공연 후기 등을 주로 올린다. 그는 “SNS는 클래식을 친근하게 만드는 주요 소통 창구”라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초등학교 수업시간에 리코더(피리)로 ‘학교종이 땡땡땡’ 음악을 불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만큼 리코더는 친숙한 악기다. 한국은 물론이고 유럽에서도 아이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악기 중 하나다. 하지만 리코더 전문 연주자를 이야기하면 의아한 눈빛을 보낼지도 모른다.
리코더리스트 염은초(25)는 남들과 같이 ‘학교종’을 리코더로 불기 시작하다 리코더의 매력에 빠졌다. 이후 박사학위까지 따고 전문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리코더계의 아이돌’로 불리는 그를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해외에서는 대학마다 전문과정이 있을 정도로 리코더는 중요한 악기예요. 바로크 시대 때 주요 악기 중 하나였죠. 국내에서는 음악 입문용 악기라는 인식이 강해 전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잘 안 하는 것 같아요.”
그는 피아노, 바이올린, 클라리넷 등 다양한 악기를 배웠지만 리코더의 매력에 빠져 열 살 때 리코더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에 입학했다. 11세 때 서울시립교향악단과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영재로 데뷔한 그는 5년 뒤 스위스 취리히 국립음대 최연소 입학에 이어 2014년 영국 런던 길드홀 음악학교에 관악기 최초로 입학해 이듬해 최연소로 박사학위를 땄다. 2012년 독일 니더작센 국제 리코더 콩쿠르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리코더에 관한 전문적인 과정을 밟은 그가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은 대중적인 행보 때문이다. 그는 ‘찾아가는 음악회’를 통해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또 초등학교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리코더 강의도 펼치고 있다. 최근 그가 직접 만든 리코더 교재가 3000부 넘게 팔리기도 했다. 12, 14, 26일에는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애니메이션, 가요, 영화 음악 등을 들려주는 ‘판타스틱 리코더’란 무대도 갖는다.
“리코더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기에는 원래 리코더가 대중 악기예요. 저는 많은 사람들이 리코더를 제대로 부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공연 때마다 애니메이션 ‘터닝메카드’ 등을 연습해서 들려주고는 해요. 아이들이 저를 좋아해서 민망하게도 ‘리코더계의 아이돌’이라고도 불려요.(웃음)”
클래식 음악을 쉽게 접하기 위해서라도 리코더만큼 싸고, 작고, 쉬운 악기는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실제로 그가 사용하는 리코더 가격도 1만 원 내외다.
“프로 연주자가 왜 아이들 앞에서 연주를 하냐고 하지만 제가 프로이기 때문에 가능한 거죠. 리코더를 통해 클래식을 쉽고 편하게 접할 수 있다면 앞으로도 전국 어디든지 달려가 연주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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