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미화당레코드’에서 스위트피 4집 LP를 들어 보인 김민규.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록 밴드 델리스파이스의 리더 김민규(46)가 재즈 프로젝트 그룹을 결성했다.
최근 만난 김민규는 재즈그룹 ‘트리오 클로저’, 기타리스트 조응민과 함께 5인조 프로젝트 그룹을 결성해 19일부터 리허설과 녹음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1997년 델리스파이스 1집으로 데뷔해 ‘챠우챠우’ ‘고백’을 히트시키며 한국 모던 록의 개척자로 불린 그가 재즈에 발을 디딘 것은 음악계에 뜻밖의 뉴스다.
김민규는 “전자음악 등 다양한 스타일로 스케치해 둔 저의 신곡 서너 개를 기반으로 재즈 연주자들의 즉흥연주를 얹어 미지의 세계(새로운 장르)로 가보려 한다”고 했다.
20일에는 제주도에서도 재즈 연주자들과 공연한다. 이날 오후 7시 제주시 구좌읍 카페 ‘하도리 가는 길’에서 재즈 피아니스트 임인건, 베이시스트 이원술과 김민규가 함께 무대에 선다(3만 원·문의 010-3319-3276). 앞서 2월에 나온 김민규의 솔로 프로젝트 ‘스위트피’의 마지막 앨범이자 4집인 ‘그걸로 됐어’의 곡들이 이 독특한 편성으로 해석된다. LP레코드로만 나왔던 스위트피 4집은 11일 CD 형태로도 발매된다. 13일엔 주요 음원서비스에 수록곡 전곡이 출시된다.
김민규의 새 진로는 지난 20년간 이어온 ‘스위트피’를 종료하면서 열렸다. 스위트피는 콩과의 작은 꽃. 피천득(1910∼2007)이 수필 ‘인연’에서 하숙집 딸 아사코를 비유하며 쓴 꽃 이름이다. 김민규는 “스위트피는 작사 작곡 프로듀스 녹음 믹스 제작을 모두 혼자 해내는 1인 창작 시스템으로 소박한 편성의 음악을 하므로 작은 들꽃 이름을 썼다”고 했다. 그는 ‘스위트피’란 이름으로 ‘떠나가지마’ 등 유려한 멜로디의 팝과 록을 만들며 델리스파이스와 또 다른 세계를 구축했다. 스위트피 종결 계기에 대해 그는 “이제 1인 제작 시스템이 지겹다. 조력자와 기를 주고받는 작업을 원한다”고 했다.
재즈와의 인연은 지난해 김민규가 MBC TV ‘운빨로맨스’로 처음 드라마 음악 감독을 맡으며 시작됐다. “당시 트리오 클로저와 잠시 작업하면서 재즈의 즉흥성이 지닌 독특한 매력을 느꼈어요. 마침 그들도 기존 스타일에서 벗어나고자 하니 교집합이 있겠다 싶었죠.”
김민규는 스위트피 4집에도 재즈 색소포니스트 김오키를 기용해 색다른 향기를 얹었다. “‘빛보다 더 빨리’ ‘북극곰’엔 1960년대 미국 모타운이나 블루아이드솔 장르의 영향을 넣었습니다.”
그는 “피천득 작가가 아사코에게 그랬듯 이제는 나도 스위트피를 아련한 추억으로 묻어두고 싶다”고 했다. 멜로디 마법사의 앞에 새 길이 열린다. 새 인연이 시작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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