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페이지에서 저자는 어릴 때 자주 드나들던 헌책방을 추억한다. 작고 낡은 건물에 있던 헌책방엔 퀴퀴한 지하 냄새와 오래된 종이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특유의 냄새에 저자는 안도감을 느끼며 책을 둘러보곤 했다.
10년 새 서점의 3분의 2가 사라졌다. 프랜차이즈 커피숍과 화장품 로드숍이 길가를 점령했고 책을 파는 상점은 거대한 몸집을 갖추지 않고는 살아남지 못했다. 여행작가인 저자 윤정인 씨는 “책과의 교감은 책을 대면했을 때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어서 오로지 서점에서만 책의 존재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눈과 코로 책을 대면하고 손으로 열심히 뒤적여야 비로소 ‘보물’을 발견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집 앞 서점이 사라지는 걸 목격한 저자는 ‘책들이 머무는 공간’을 찾아다니기로 마음먹는다. 그가 찾아낸 서점은 전국의 23개 책방이다. 헌책방, 동네서점, 도서관 등 책이 머무는 공간이라면 가리지 않았다. 인천 배다리마을의 오래된 헌책방인 ‘아벨서점’, 추리소설만의 공간인 ‘추리문학’ 서점,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마을 책방인 ‘느티나무도서관’…. 저자는 오랜 시간 책과 공간을 지켜온 사람들, 그리고 그 공간을 찾은 사람들과 나눈 대화도 책에 담았다. 책방 지킴이들이 추천한 책 목록도 볼 수 있다.
‘독서만담’ ‘오래된 새 책’의 저자 박균호 씨는 이 책을 추천하며 이렇게 적었다. “딸아이와 가장 행복했던 기억은 손을 잡고 동네서점을 갈 때였다. 딱히 무슨 책을 사겠다는 목적 없이, 딸아이는 서점을 거닐면서 책을 구경하고 나는 서점 주인과 차를 마시던 때가 그립고 또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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