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서울!/조현일]제주 이주를 꿈꾸는 분들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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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에는 밤을 아름답게 수놓는 세 가지 불빛이 있다. 초여름부터 밤바다를 빨간색 초록색으로 물들이는 한치 낚시꾼들의 야간찌 불빛과 9월쯤 시작되어 곶자왈 밤하늘을 수놓는 초록빛 노란빛의 반딧불이 불빛, 마지막으로 이맘때 문어와 낙지를 잡기 위해 갯바위에 펼쳐지는 하얗고 노란 랜턴 불빛이다.

 제주 여행을 계획했다면, 간조 한 시간 전후로 갯바위가 잘 형성된 바다로 나가 보길 권한다. 색색의 불빛이 밤바다를 물들이는 야경을 감상하며 가족이 먹을 정도의 문어와 낙지를 잡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 무엇보다 랜턴으로 비추는 바닷물 속 풍경이 아름답다. 바닷물 속 작은 생명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육지에서는 충분히 많은 걸 가지고도, 더 많은 욕심을 채우기에 급급했다. 여기에선 가족이 하루 먹을 양이면 충분하다. 필요한 만큼만 취하고 불필요한 것은 자연으로 되돌릴 여유를 가지게 됐다. 매일매일 제주 바다가 아낌없이 내주기 때문일 것이다.

 3년 전 이맘때쯤 서울에 살 때는 수능을 치른 아이들의 진학 지도를 하느라 밤새워 자료를 정리하고 대학별 등급 표를 만들기에 바빴다. 아내에게 제주로 이사하자는 동의를 받고, 각 집안에 사실을 알렸다. 잘되는 학원을 뒤로하고 그리 많지 않은 나이에 제주로 내려간다니 주변에선 “돈 많이 벌었나?”라는 질문을 많이 했다.

 생업을 접고 한량처럼 지낼 정도로 돈을 많이 벌지는 않았다. 다만 손에 쥔 게 있어도 더 갖기 위해 가치 있는 것을 잃어버리는 게 싫어서 제주를 선택한 것이다. 느린 시간 속 제주에 가기 위해 바삐 생활했던 서울에서의 마지막 1년을 더욱더 정신없이 보냈다. 학원 일과, 제과제빵 및 수영 강습, 부동산과 경매 공부를 겸하게 되니 몸은 힘들었지만 준비를 할수록 내 마음은 이미 제주로 가 있었다.

 이때 배운 제빵 기술로 빵을 구워 이웃과 나누면, 어김없이 채소며 과일, 생선이 문 앞에 놓였고 현지인과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었다. 가족이 머물 보금자리를 꼭 내 손으로 직접 짓기 위해 배웠던 부동산 지식은 제주 이주 후 현재 우리 가족의 땅을 갖게 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제주 이주를 원하는 분이 있다면 반드시 부동산에 대한 지식을 갖고 오는 것이 좋다.

 준비가 끝나고, 집을 구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우리 가족이 원하는 집을 구하기 위해 한 달에도 몇 번씩 제주를 찾았다. 혼잡한 시내에서 벗어나 있으면서, 도시 생활에 익숙한 아내를 위해 농가 주택이 아닌 현대식 건물을 원했다. 동시에 제주에서의 첫 집이니 바다가 보이는 집을 찾았다. 두 달 만에 제주시 한경면 판포리라는 곳에서 딱 맞는 집을 구했다. 학원 운영을 법인으로 바꾸고, 선생님들에게 지분을 나누어 주고 사랑하는 아내, 딸아이와 함께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우리 가족의 제주 생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조현일

※필자(41)는 서울, 인천에서 입시학원을 운영하다 2년 전 제주로 이주해 여행 숙박 관련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주#제주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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