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탑방 외톨이에서 자기만족 추구하는 개성파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대중문화 속 싱글족을 보는 눈, 빠르게 변화

 2003년 방영된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에서 취업준비생 정은(정다빈)은 산동네 옥탑방에서 자취 생활을 시작한다. 악착같이 아르바이트를 해 모은 독립자금을 문제아 남동생이 갖고 도망가는 바람에 생활은 고되다. 정식 취직이 된 줄 알고 출근한 회사에서 실은 아르바이트 자리였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게 된다. 여기에 군식구 경민(김래원)까지 속을 썩인다.

 10여 년 전 TV 드라마에서 그리는 1인 가구의 모습은 뭔가 없어 보이고 불쌍했다. 싱글족보다는 자취생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린다. 언제나 생활고에 시달리는 한심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2016년 대중문화 속 1인 가구는 다르다. 고충은 있지만 삶을 즐길 줄 안다. 혼자라는 사실을 부끄러워하거나 감추지도 않는다. 변화한 1인 가구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9월 개봉한 영화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에는 이제 43세가 된 브리짓 존스(러네이 젤위거)가 등장한다. 브리짓은 영화 초반 “30대는 결혼과 출산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나이”라고 독백한다. 30대 초반도 노총각, 노처녀로 보던 과거와 달리 싱글족의 평균 나이 자체가 높아졌다는 얘기다. 사회 초년생으로 좌충우돌하던 이전 시리즈와 달리 ‘베이비’ 속 브리짓은 성공한 뉴스 프로그램 PD로 화려한 싱글 라이프를 즐긴다. 나이가 들면서 비교적 경제적으로 안정된 요즘 싱글족들의 모습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1인 가구에 관한 국내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도 쏟아지고 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는 혼자 사는 연예인들의 일상을 담아낸 프로그램으로 2013년 방송을 시작했다. 출연진은 모두 자기가 사는 공간을 정성 들여 가꾸거나 반려동물을 키우고 친구들을 초대해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혼자 사는 삶을 마냥 빈곤하거나 한심하게 그리지 않는 것이다.

 9, 10월 방송된 tvN 드라마 ‘혼술남녀’는 아예 ‘혼자 술 마시는 사람’을 뜻하는 혼술족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들은 같이 마실 사람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혼자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다. 극 중 노량진 학원가 스타 강사로 등장하는 진정석(하석진)은 함께 술 마시는 것을 시간 낭비, 감정 낭비, 돈 낭비로 치부하며 고급 안주와 술에 음악까지 곁들여 화려한 ‘혼술’을 즐긴다. 갓 강사 생활을 시작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박하나(박하선)에게는 방에서 혼자 마시는 맥주 한 캔이 그날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1인 가구를 다룬 대중문화 콘텐츠는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8월부터 SBS에서 방영 중인 ‘미운 우리 새끼’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혼자 사는 남자 연예인과 이들의 삶을 보는 엄마들의 관찰카메라로 1인 가구에 대한 세대 간 인식 차이를 보여주기도 한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한국 사회에 1인 가구 비중이 높아지면서 이들에게 소구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며 “앞으로는 싱글 라이프의 명과 암을 다양하게 조명한 프로그램들이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
#옥탑방 고양이#싱글족#1인 가구#브리짓 존스의 베이비#미운 우리 새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