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끝내 풀지 못한 ‘증도가자’ 미스터리… 1년 반 동안 헛심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8일 03시 00분


문화재청 최종보고회 진위 결국 못 가려

《가장 오래된 고려시대 금속활자로 추정된 ‘증도가자(證道歌字)’를 놓고 문화재청이 1년 6개월 동안 재조사를 벌였지만 진위를 밝히는 데 결국 실패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증 핵심인 제조연대와 출처를 규명하지 못한 채 국가 예산과 시간만 허비한 것이다. 이에 따라 증도가자에 대한 국가문화재 지정은 일단 보류될 가능성이 커졌다.》
 

 문화재청 등에 따르면 6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증도가자 최종 검증결과 보고회가 비공개로 열렸다. 이 자리에서 국립문화재연구소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연구원들이 문화재청 ‘고려금속활자 지정조사단’ 12명과 문화재위원 3명에게 검증결과를 보고했다. 증도가자 진위 논란이 불거진 직후인 지난해 6월 지정조사단이 구성된 이후 1년 6개월 만에 이뤄진 최종 보고였다. 문화재위원회는 이 결과를 토대로 국가문화재 지정 여부를 조만간 결정하게 된다.

 이날 보고회에 참석한 문화재위원회 관계자는 “문화재연구소나 국과수 모두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며 “증도가자의 진위를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8, 29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전통문화교육원 ‘동산문화재 관리 과정’ 강연에서 황권순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장이 “증도가자를 진짜라고 할 수도 없고 가짜라고 할 수도 없다”며 “검증 결과를 발표하기가 참 애매하다”고 발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검증의 핵심은 금속활자의 제조연대와 출처. 6일 결과보고에서 국립문화재연구소는 “다보성고미술이 소장한 101개 금속활자에 대해 3차원(3D)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을 실시한 결과 인위적인 성분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제조연대를 확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청주 고인쇄박물관 소장 증도가자 7개에서 인위적인 조작 흔적이 발견됐다”는 국과수의 지난해 발표를 부정하면서도 ‘고려시대’ 활자라는 확실한 증거를 찾아내지 못한 것이다.

 국과수는 이날 발표에서 금속활자와 증도가 목판 번각본(금속활자로 찍은 책을 목판 위에 놓고 똑같이 다시 새긴 것)의 서체 비교 결과를 제시했다. 국과수는 “특수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비교한 결과 금속활자와 증도가의 서체가 서로 일치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증도가자가 가짜일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이다. 그러나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오류 지적에 대해서는 따로 반박하지 않았다.

 증도가자 출처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문화재청은 “일본에서 활자가 넘어왔다”는 다보성고미술 측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추가로 확보했지만, 중간에 활자를 보유했다는 소장자가 사망해 입증에 한계가 있는 상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출토지가 분명하지 않은 데다 명문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출처를 명확히 규명하기는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따라 6년 전부터 “출처가 불확실하다”는 학계 지적에 따라 국가문화재 지정이 이미 보류된 바 있는 증도가자에 대해 나선화 문화재청장이 2013년 부임 직후 무리하게 지정을 추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문화재계 인사는 “수년간 많은 인원과 예산을 동원해 국가문화재 지정을 무리하게 추진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국가지정문화재 결정의 열쇠를 쥐고 있는 문화재위원회는 8일 동산문화재분과 회의에서 검증결과를 보고받을 예정이다. 문화재위원회 관계자는 “확실한 검증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면 이전 위원회처럼 지정을 보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문화재청#국립고궁박물관#증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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