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걸]“위기를 이기는 힘은 사람들과 꾸준히 쌓은 믿음에 있습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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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계수미 전문기자가 만난 C.E.O] 에넥스 대표이사 박진규 부회장

 《 에넥스 박진규 부회장(55)은 사람들이 2세 경영인에 대해 흔히 가질 수 있는 편견을 깬다. 30년 전, 충청도 공장에서 4년간 가구 생산 일을 배우며 회사생활을 시작한 그는 2000년대 초 일찍이 중국 시장 개척에 나섰다. 에넥스가 가장 어려웠던 2010년 대표이사로 취임해 큰 위기를 넘기고 지난해 30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결국 문제 해결의 답은 사람들과 이어온 신뢰와 애정에 있다”고 얘기하는 박 부회장을 만났다. 》

 

“건강에 좋다는 말을 듣고 토마토 요리를 매일 아침 먹고 있어요. 제 나름대로 토마토에 파프리카를 넣어 믹서에 갈고 계란과 치즈를 넣어 익힌 후 올리브유를 두른 레시피를 만들었죠(웃음).”

 에넥스 박진규 부회장은 “김치볶음밥, 꽁치김치찌개, 샌드위치 등 간단하지만 가족들에게 인기 만점인 요리를 곧잘 한다”고 자랑한다. 특별한 요리법이 있는지 물으니 “어머니 손맛이라는 말이 있듯 가족을 위한 정성이 요리 솜씨 아니겠느냐”며 환하게 웃는다.

 에넥스는 올해 45주년을 맞은 회사로 주방가구 전문업체인 오리표에서 출발했다. 1971년 ‘오리표 싱크’는 한국 최초로 싱크대를 선보여 ‘입식 부엌문화 시대’를 열었다. 창업주인 박유재(82) 회장이 재래식 주방에서 아궁이에 불을 때며 일하느라 어머니의 허리가 굽을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파 주방 개조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1992년 글로벌 시대에 맞춰 사명을 ‘에넥스’로 바꾼 후 주방 가구 외에 붙박이장, 침대, 소파 등 종합가구기업으로 탈바꿈 했다.

‘강하지만 유연하면서 따뜻한 기업’을 추구

“에넥스가 45년을 이어온 것은 싱크대 외에도 국내 최초, 최고, 혁신을 추구해온 덕분이죠. 국내 첫 컬러 도장제품을 생산해 주방가구의 패션화를 이끌었고, 친환경 기술 워터본(Water Bone) 개발 등 다수의 독자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습니다.”

 박 부회장은 “무엇보다 에넥스의 품질을 자랑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에넥스는 국가품질경영대상 금탑산업훈장, 국가품질경영대회 대통령상, 우수산업디자인 대통령상 등 업계 최초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건설경기의 극심한 침체는 에넥스를 큰 위기로 몰고 갔다. 해를 이어 연속 적자를 기록하던 중 금융감독원이 실시한 기업신용등급 평가에서 C등급을 받았다. C등급은 워크아웃 신청 대상이다. 한 경제지가 그 사실을 보도하자 한 치 앞이 낭떠러지인 상황이 벌어졌다. 주거래은행 채무는 박 회장의 사재 증여와 직원들의 증자 참여로 갚을 수 있었지만 신용도 하락에도 회사가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며 움직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결국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쌓은 신뢰 관계가 가장 필요한 순간 도움이 되더군요. 피치 못하게 구조조정을 했는데도 회사에 남은 직원들이 똘똘 뭉쳐 한마음으로 위기를 헤쳐 나갔습니다. 건설사들은 ‘용기를 갖고 하라’며 거래를 계속해줬고, 협력업체 스스로 재료 납품 단가를 낮춰주기도 했어요. 대리점주들도 더 열심히 저희 물건을 팔아줬습니다.”

 수년간 건설사뿐 아니라 전국 대리점과 협력업체 등 늘 일선 현장을 찾아가 직접 챙겼던 박 부회장의 노력이 아찔한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한 것이다. 그는 “기업가 정신은 일에 대한 열정, 리더십, 솔선수범 뿐 아니라 무엇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대를 존중하고 진심으로 애정을 갖는데 있다”고 얘기한다.

 박 부회장은 취임 후 대대적인 사업 구조 개편에 나서 3분의 2를 차지했던 건설사 특판 비중을 절반 이하로 끌어내렸다. 또한 인테리어, 사무가구, 온라인 등 신규 독립사업부를 만들어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08년부터 5년간 적자에 허덕이던 에넥스는 2013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초 그는 ‘에넥스 비전 2020’이라는 목표를 세워 ‘매출 1조원 달성’을 언급했고, 지난해 말 3083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리면서 구호뿐이 아닌 목표임을 보여줬다.

 “올해는 리모델링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리모델링 때 가장 중요하면서 까다로운 주방, 욕실, 마루, 조명 등을 패키지 형태로 시공과 제품을 한번에 제공하는 것이죠. 원 스톱 홈 리모델링 전시장을 부산에 이어 서울에도 곧 문 열 예정입니다.”

 박 부회장이 에넥스를 통해 만들고 싶은 생활공간은 ‘사람이 중심이 되는 편안하고 안전하고 행복한 곳’이다. 때문에 그는 세련된 디자인이나 색채보다 주부들의 동선을 고려한 실용성에 더 중점을 두면서 제품을 내놓는다고 말한다. “위기에 굴하지 않는, 강하지만 유연하고 따뜻한 기업”으로 자신의 회사를 이끌고 싶다는 그는 집에서는 어떤 남편, 어떤 아버지일까.

 “시간이 나면 아내와 뮤지컬을 즐겨봅니다. 20대 아들 둘이 있는데, 주먹을 맞대며 인사할 정도로 친구 같은 아빠, 대화하기 편한 아빠죠. 얼마 전에는 둘째 아들과 일본 여행을 단둘이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 (주)에넥스는… ::

1971년 한국 최초로 입식 부엌이 가능하도록 싱크대를 선보인 주방가구업체 ‘오리표 싱크’에서 출발했다. 1992년 글로벌 시대에 맞춰 사명을 ‘에넥스’로 변경한 후 종합가구회사로 탈바꿈해 자동화 생산 시스템 구축, 컬러 도장 제품 개발 등으로 화제를 모았다. 2008년 접착제가 필요 없는 친환경 기술 ‘워터본(Water Bone)’ 개발로 친환경 가구시장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 했다. 인간 중심의 ‘휴먼 퍼니처(Human Furniture)'를 모토로 실용적이고 편안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 최근 리모델링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주방, 욕실, 마루, 조명 등을 한번에 시공하고 제품도 고를 수 있도록 전시장을 지난해 부산에 문 열었고, 올 12월 서울 방배동에 문 열 예정이다.
 
계수미 전문기자 soomee@donga.com
#에넥스#대표이사#박진규#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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