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유시인’ 레너드 코언, 자택서 별세…향년 82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1일 15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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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과 함께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돼온 캐나다의 음유시인 레너드 코언이 1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82세.

고인은 1934년 캐나다 퀘벡 주에서 출생했다. 어린 시절부터 문학에 재능을 보인 그는 20대에 작가로 먼저 데뷔해 캐나다의 유수 문학상을 휩쓸었다. 22세 되던 1956년 낸 첫 시집으로 평단의 주목을 받았고 이후 여러 편의 시선(詩選)과 소설 '페이버릿 게임' '뷰티풀 루저스' 등으로 작가로서 궤도에 올랐다.

1967년 1집 'Songs of Leonard Cohen'을 발표하며 33세에야 늦깎이로 가수 데뷔를 한 그는 'Hallelujah' 'Bird on a Wire' 'I'm Your Man' 등 명작들을 잇따라 내놓으며 1960, 70년대를 대표하는 싱어송라이터로 떠올랐다. 성서 속 상징 같은 종교적 색채를 관능적 퇴폐와 교차시키거나, 염세적 분위기 속에 지독한 고독과 절망을 통과하는 그의 노랫말들은 독특한 중저음 목소리와 어우러져 '어둠의 대부' '파토스의 대사제'라는 별칭을 가져다줬다. 주디 콜린스, 제프 버클리, K.D. 랭을 비롯한 여러 가수들이 그의 작품을 재해석했다. 27세에 자살한 커트 코베인은 그가 이끈 그룹 너바나의 노래 'Pennyroyal Tea'에 '다음 세상엔 레너드 코언이 되게 해줘/그럼 영원토록 한숨 쉴 수 있을 테니'라는 가사를 담았다.

캐나다 문화계 등 일각에서는 딜런보다 코언이 첫 가수 출신 노벨문학상 수상자에 더 적격이라는 평도 나왔다. 일례로 고인은 2011년 스페인의 권위 있는 시상식인 아스투리아스 왕세자상에서 문학부문을 수상했다. 딜런은 2007년 이 상에서 문학이 아닌 예술부문을 받았다. 고인은 50년간 문학과 노래를 오가며 창작과 공연 활동을 놓지 않았다. 지난달 21일 낸 14집 'You Want It Darker'는 평단에서 만장일치에 가까운 극찬을 받아 화제가 됐으나 유작이 됐다.

'제가 여기 있어요. 제가 여기 있어요./주여, 저는 준비가 되었어요.'('You Want It Darker' 노랫말 마지막 구절)

임희윤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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