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한 대사… 관객이 추리할 틈 안 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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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페르노

영화 ‘인페르노’에서 이스탄불 성 소피아 사원을 배경으로 한 장면. UPI코리아 제공
영화 ‘인페르노’에서 이스탄불 성 소피아 사원을 배경으로 한 장면. UPI코리아 제공
 셋의 만남은 언제나 ‘문제적’이었다. 베스트셀러 작가 댄 브라운과 감독 론 하워드, 배우 톰 행크스 얘기다. 2006년 영화 ‘다빈치코드’에선 가톨릭의 근본을 부정해 교황청의 거센 반발을 일으켰고 ‘천사와 악마’(2009년)에선 또다시 교황청과 대립하는 비밀결사 ‘일루미나티’를 그려 논란의 중심에 섰다.

 7년 만에 셋이 다시 뭉친 영화 ‘인페르노’는 종교적 언급을 피해간다. 그 대신 ‘인류의 미래’에 초점을 맞춘다. “지금처럼 인구가 늘다간 환경 문제로 모두 종말한다”며 인구를 절반으로 줄일 것을 주장하는 생물학자와 그의 음모로부터 인류를 구하려는 하버드대 천재 기호학자 ‘로버트 랭던’(톰 행크스)의 이야기를 담았다.

 새 영화에선 로버트 랭던이 기억을 잃으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기억은 잃었지만 본능적으로 발군의 추리력을 발휘한다. 세기의 작품 속에 숨겨진 암호를 해독하며 미스터리한 사건을 해결하는 전개방식 역시 여전하다. 이전 작품에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 갈릴레이의 작품과 로마 바티칸 건물에서 기호를 해독하며 교황청의 음모를 파헤쳤다면, 이번엔 단테의 ‘신곡’과 보티첼리의 ‘지옥도’를 단서로 삼는다.

 영화 스케일도 더 커졌다. 전체 분량의 70%를 이탈리아와 터키, 헝가리 등 다양한 곳에서 촬영했다. 피렌체의 베키오 궁전부터 두오모 광장,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광장과 두칼레 궁전 등을 누비며 적과 추격전을 벌인다. 다만 곳곳에 숨어있는 암호와 이를 찾아가는 과정이 억지로 짜낸 듯한 느낌을 준다. 자연스레 영화 속 인물들의 암호와 해석을 둘러싼 설명도 구구절절 길어진다. 관객이 영화에 빠져 함께 추리할 틈을 좀처럼 주지 않는다. ★★☆(별 다섯 개 만점).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영화#인페르노#다빈치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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