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희극인 구봉서 별세…빈소에 후배들 애도물결 이어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7일 21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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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원로 코미디언 구봉서 씨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는 그를 기리는 후배 코미디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빈소에는 후배이자 한국방송코미디언협회의 회장인 엄용수 씨가 가장 먼저 빈소를 찾았다. 엄 씨는 “항상 저희를 만나면 '네가 출연한 무슨 프로를 봤는데 이렇게 하는 게 좋았을 거다' 모니터링을 해주시는 등 후배들에게 끝까지 가르침을 준 코미디계의 위대한 스승”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용식, 서수남, 최병서 등 후배 코미디언들이 빈소를 찾았다.

서수남 씨는 “MBC ‘웃으면 복이와요’에서 가수로 첫 방송활동을 시작하면서 인연을 맺었다”며 “인생의 선배이자 연예계의 선배로 항상 유머와 웃음을 잃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이용식 씨는 “41년 전 이씨가 코미디언 시험을 볼 때 당시 심사위원장이 구 선생님이었다”며 “그 때 저를 떨어뜨렸으면 코미디언으로 지내지 못했을 것인데 그분과 함께 방송을 한다는 것은 영광이었다”고 돌이켰다. 오후에는 개그맨 강호동, 유재석, 조세호, 김용만 등도 빈소를 찾아 애도를 표했다.

구 씨는 은퇴 이후 개신교 장로로서 한국기독연예인선교단 회장을 맡기도 해 이날 빈소에는 교인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빈소는 아직 찾지 못했지만 소셜서비스네트워트 등을 통한 애도는 하루 종일 이어졌다. 윤종신은 27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구봉서 선생님 덕분에 잘 웃어서 복이 왔나 봅니다. 감사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글과 함께 구봉서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게재했다.

또 26일 개막한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의 공식 페이스북에는 27일 ‘코미디 드림 콘서트’ 무대에 오르는 전유성 김준호 정종철 조윤호 등 후배 개그맨들이 공연 전 숙연한 표정으로 추모 묵념을 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이들은 “정말 우리가 힘들고 못 살던 시기에 시민들이 웃을 수 있던 것은 코미디 덕분이었다. 굉장히 큰 기둥을 잃은 느낌이다. 구봉서 선생님을 생각하며 묵념을 하겠다”고 밝혔다.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공연차 부산에 머물고 있는 이경규는 한 언론매체와의 전화 통화에서 “전성기 때 정말 대단하신 분이셨다. 한국 코미디의 산증인이시고, 우리 모두 선배님을 따라했고 존경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항상 선배님 옆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심부름하고 자리를 정리하곤 했는데 나한테 항상 농담을 건네며 따뜻하게 대했다”고 술회했다.

코미디언 이홍렬도 “엄격하면서도 자상하신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28년 전 큰 아이 돌잔치 때 집으로 찾아와 돌 반지를 건네주며 ‘네가 안에 들어가면 불편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며 그냥 돌아가시던 모습이 선하다”고 말했다.

구 씨는 2009년 목욕탕에서 넘어지며 뇌출혈을 일으켜 뇌수술을 받은 뒤에는 휠체어 신세를 졌다. 그는 특히 2010년 2월 평생지기 배삼룡이 세상을 뜨자 “이젠 내 차례인가 싶고 너무 슬프다. (같이 활동하던 사람 중) 두 사람밖에 안 남았는데 한 사람이 갔으니 이젠 내 차례 아닌가”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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