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의 콜드브루(사진)제품. 4월 100개 매장에서만 이 제품을 선보였던 스타벅스는 전 매장으로 판매를확대했다. 스타벅스 제공
쿠바에서는 커피를 이렇게 부른다. 커피 성분이 두뇌를 활발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커피의 발견도 이 각성에서 비롯됐다. 6, 7세기경 에티오피아의 목동 칼디는 빨간 열매를 따 먹은 염소가 곧장 흥분하며 뛰어다니는 걸 목격했다. 칼디도 열매를 맛봤다. 순간 머리가 맑아졌다. 기분도 상쾌해졌다. 이 빨간 매혹의 열매가 바로 원두다. 칼디는 이슬람 사원의 수도승에게 자신의 경험담과 느낌을 전했다. 그렇게 커피는 세상에 알려졌다.
콜드브루의 기원은 불명확하다. 두 가지 설이 있다. 네덜란드령 인도네시아 식민지에서 커피를 유럽으로 운반하던 선원들이 항해 중에 만들어 냈다는 게 첫 번째다. 다른 하나는 인도네시아에 살던 네덜란드인들이 인도네시아산 커피의 쓴맛을 없애기 위해 고안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쪽이 사실인지 증명하는 문헌은 찾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4, 5년 전 커피 마니아들 사이에서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콜드브루 쟁탈전
커피 애호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요즘 콜드브루에 빠져 있다. 직장인 최지연 씨(28·여)도 그중 하나다. 그는 한 달 전 어느 모임에서 콜드브루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한국야쿠르트가 내놓은 ‘콜드브루 바이 바빈스키’가 오후만 되면 동이 나 구하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최 씨는 출근 때마다 야쿠르트 아줌마 찾기에 도전했다. 야쿠르트 아줌마를 통해서만 이 제품을 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아침에 출근 준비 때문에 바쁜 게 아니라 아줌마 찾으러 다니느라 바빴다”며 “점심시간에도 몇 번 도전했는데 다 떨어져 구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며칠을 헤맨 끝에 최 씨는 아줌마를 만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처음 아줌마와 마주쳐 콜드브루를 샀을 때는 허니버터칩을 구한 것처럼 기뻤다”며 “친구들이 있는 카카오톡 단체방에 인증샷을 올렸다”며 웃었다.
이 제품은 올 3월 한국야쿠르트가 미국 바리스타 챔피언십 우승자 찰스 바빈스키(사진)와 협업해 내놓은 것이다. 현재 하루 평균 10만 개(2억 원어치)씩 팔리고 있다. 야쿠르트는 대부분 ‘야쿠르트 아줌마’를 통해 콜드브루를 판매하고 있다. 이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야쿠르트 아줌마 찾기’ 애플리케이션이 덩달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스타벅스에서도 콜드브루를 선보인 첫 달 20만 잔이 팔려나갔다. CJ푸드빌의 투썸플레이스도 판매가 꾸준히 늘고 있다.
이러한 인기에 식음료 업체들은 콜드브루 판매처를 늘렸다. 4월 100개 매장에서만 이 제품을 팔던 스타벅스는 8일 전국 830여 개 매장으로 확대했다. CJ푸드빌의 투썸플레이스도 16일 전국 모든 매장에서 콜드브루를 선보였다. ‘커피의 눈물’ 콜드브루
전문가들은 콜드브루의 인기 비결로 ‘맛’과 ‘시기’를 꼽는다. 커피 전문점들이 여름을 앞두고 아메리카노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신선한 아이스커피 제품을 내놨다는 것이다. 콜드브루는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만드는 아메리카노보다 쓴맛이 덜하다. 텁텁함도 적다. 그 대신 원두의 풍미는 더 느낄 수 있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90도 이상의 뜨거운 물을 높은 기압으로 눌러 커피를 만든다. 이 때문에 지역별 원두 특유의 향이 날아간다는 지적이 있었다. 콜드브루는 이 특유의 향을 고스란히 맛볼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콜드브루에서 초콜릿향이 난다고도 한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아메리카노에 익숙해진 고객들이 콜드브루를 신선하게 느끼는 것 같다”며 “특히 여름을 맞아 반응이 더 좋다”고 말했다.
콜드브루는 점적식(點滴式)과 침출식(浸出式)의 두 가지 방식으로 만든다. 일반 카페에 가면 한 방울씩 커피 원액이 유리 기구 안에서 떨어지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게 점적식이다. 원두를 곱게 갈아 찬물에 3시간에서 길게는 12시간 우려낸다. 3초당 한 방울씩 떨어진다. 125mL 1잔을 만드는 데 1시간 정도가 걸린다. 침출식은 갈아낸 원두와 물을 넣고 10시간 이상 숙성시킨 다음 찌꺼기를 여러 번 걸러내는 방식이다. 스타벅스는 침출식, 투썸플레이스는 점적식으로 제품을 만든다. 야쿠르트는 지난해 이윤우 서울대 화학생물학부 교수팀이 개발한 기술을 이용해 콜드브루를 만들고 있다. 하루 1t씩 콜드브루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특허 기술이다. 콜드브루에 관한 속설
1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점원은 콜드브루를 추천했다. 그는 “콜드브루가 맛이 신선한데 카페인은 적어요. 드셔보셨어요?”라고 말했다. 정말 그럴까.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소비자원은 최근 시중에 유통 중인 콜드브루 30개 제품의 카페인 함량과 표시실태, 위생도를 조사해 발표했다. 조사 결과 해당 제품들의 평균 카페인 함량은 mL당 1.7mg으로 일반 아메리카노 커피(0.4mg)의 4배 이상이었다.
커피 업계 관계자들은 콜드브루의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단순히 시즌 인기 상품이 아니라 카페라테나 카페모카처럼 한 메뉴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한국 사람들이 시원한 음료를 겨울철에도 찾을 정도로 좋아한다”며 “인기가 계속 이어진다면 분명 업체들도 시즌과 상관없이 계속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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