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는 新인류는 무한경쟁 시대 자화상

  • 동아일보

아인(亞人)

현대의 무한경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만화 ‘아인’의 주인공 사토. 인터넷 화면 갈무리
현대의 무한경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만화 ‘아인’의 주인공 사토. 인터넷 화면 갈무리
부활(復活).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죽음을 극복하는 일은 성스럽고 위대한 무언가일 것이다. 그런데 가정해 보자. 교통사고로 내가 즉사한다면? 죽은 후 ‘예수’처럼 되살아난다면 어떨까? 놀람, 안도감, 기쁨이 교차할 것이다. 하지만 다시 살아난 나를 이 세상 사람들은 어떤 눈으로 바라볼까….

만화 ‘아인’(亞人·학산문화사)은 이 같은 의문에서 시작된다. 17년 전, 아프리카 내전 중 총에 맞아 즉사한 후 바로 되살아난 병사가 발견되고 인류는 경악한다. 이를 계기로 인류 중 극소수는 죽어도 다시 살아나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전 세계가 두려움에 떨며 부활이 가능한 사람들을 ‘아인’으로 규정한 후 거액의 현상금을 걸고 잡아들인다.

주인공인 고교생 사토는 교통사고를 당해 즉사하지만 되살아난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아인’임이 드러난 사토는 도망자가 된다. 도피 중 사토는 여러 아인을 만난다. 많은 아인이 검거돼 실험용 쥐처럼 생체실험을 당하자 인간을 극도로 중오하게 된다. 이들은 죽지 않은 힘을 이용해 인류 학살 계획을 세운다.

이 만화의 매력은 인간이 자신과 다른 존재를 얼마나 두렵게 느끼는지를 세밀하게 묘사한 점에 있다. 사토는 ‘아인’ 편에 설지, 인간 편에 설지 끊임없이 갈등한다. 더구나 사토는 여느 ‘착한’ 주인공과 달리 이기적이고 교활해 갈등이 심화된다. 그 과정에서 독자는 ‘나라면 어떻게 할까’란 질문을 갖게 된다.

신종 인류를 다룬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제3인류’나 15m 거인이 출몰해 인간을 잡아먹는다는 만화 ‘진격의 거인’과도 일맥상통한다. 인류의 일부가 상위 종(種)으로 진화해 현생 인류와 겨룬다는 설정은 언제나 충격적이다. 상대를 쓰러뜨려야 살아남는 무한경쟁 시대의 자화상처럼 느껴진다. ☆☆☆☆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만화#아인#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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