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계절 바뀌는 소리 음악으로 들으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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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을 표현한 작곡가들

작곡가 필립 글래스
작곡가 필립 글래스
화려하게 피어오른 봄. 거리 곳곳에서 비발디 ‘사계’(사계절)의 첫 악장이 울려나오는 계절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각각 세 개 악장씩, 열두 개 악장이 모두 사랑받고 있지만 ‘봄’ 첫 악장은 음반의 첫머리에 들어있는 곡인 만큼 역시 가장 인기가 높습니다. 화창하고 생기발랄한 느낌은 물론이고요.

비발디의 ‘사계절’ 외에도 한 해의 각 계절을 묘사한 음악작품들이 있습니다. 차이콥스키는 1월부터 12월까지 러시아의 정경을 묘사한 피아노곡집 ‘사계절’을 발표했습니다. 당시 음악잡지 부록으로 매달 이 곡의 악보가 제공되었던 점이 재미있습니다. 피아노 보급이 급속히 늘어나던 시대여서 집집마다 아마추어 ‘거실 피아니스트’들이 칠 만한 적당한 수준의 악보 수요가 급증했던 것이 한 가지 이유였을 것입니다.

최근에는 탱고의 전설로 불렸던 아르헨티나 작곡가 피아졸라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절’도 자주 연주됩니다. 비발디의 사계절과 비슷한 편성으로 연주할 수 있어서, 한 무대에 같이 올리거나 한 음반에 동시에 수록하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6일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바이올리니스트 로버트 맥더피와 이혜림, 서울비르투오지 챔버오케스트라가 공연하는 ‘맥더피 새로운 사계’ 공연도 눈길을 끕니다. 3일 서울 LG아트센터 공연에 이어지는 무대로, 피아졸라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절’과 미국 현대작곡가 필립 글래스의 바이올린협주곡 2번 ‘미국의 사계절’이 연주됩니다. 특히 작곡가 글래스가 이날 연주자로 나서는 바이올리니스트 맥더피를 위해 이 곡을 작곡했기에 더욱 의미가 큽니다.

이 곡은 맥더피 자신의 솔로와 마린 올솝이 지휘하는 런던 필하모닉오케스트라 협연으로 음반도 나와 있습니다. 글래스는 이른바 ‘미니멀리즘(극소주의)’ 작곡의 대표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힙니다. 단순한 음형 또는 동기에서 시작해 점차 표현 요소를 더해나가는 방법으로 곡을 써나갑니다. 특히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리듬과 음계를 사용해 모두가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음악을 쓴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저는 음반으로 먼저 들어보았습니다만, 그가 소리로 표현한 아메리카의 사계절이 실로 흥미롭습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비발디#사계#차이콥스키#피아졸라#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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