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세계 지도는 누가 어떻게 만들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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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위의 인문학/사이먼 가필드 지음·김명남 옮김/576쪽·2만8000원·다산초당

낯선 해외여행길 위에 든든한 동반자를 하나 꼽으라면, 단연 ‘지도’가 아닐까. 지도는 낯선 곳에서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려주는 친구다.

세상을 종이 위에 그린 지도를 그려야겠다고 생각한 사람은 누구일까. 맨 처음 지도를 그린 사람은 발이 부르트도록 걷고 또 걸었을까. 아메리카 대륙에서 아프리카 대륙으로 바다를 건너는 탐험을 통해 세계지도는 탄생한 걸까. 저자는 과거 자신이 사는 곳을 중심으로 지도를 그린 사람, 때로는 여행자에게 들은 황당무계한 이야기와 자신이 상상한 세계를 지도 위에 표현한 사람 등 지도 제작자들의 숨은 이야기를 파헤쳤다.

2300년 전 지도를 처음 그린 고대 그리스인부터 구글 맵을 통해 전 세계를 들여다보는 현대인들까지…. 지도라는 도구를 통해 인류의 역사를 흥미롭게 이야기한다.

산과 강, 바다를 표기한 것만이 지도가 아니다. 저자는 모든 지도에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주장한다. 1853년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가장 중요한 지도로 손꼽히는 것은 의사 존 스노의 ‘콜레라 지도’다. 스노는 당시 런던 남부에 창궐했던 콜레라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여러 동네로 왕진을 갔다. 그는 콜레라의 감염 경로를 연구하던 중 템스 강물을 끌어다 쓰는 공공 식수 펌프가 주범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그는 콜레라 사망자가 발생한 가구와 펌프 위치를 상세히 그린 지도를 만들어 그의 가설을 입증했다. 결국 스노는 이 지도를 토대로 콜레라의 추가 확산을 막고 정부에 대책을 마련하도록 했다. 저자는 이외에도 2010년 12월 페이스북이 가입자 5억 명의 상호연결성을 표현한 지도, 콜럼버스보다 일찍 아메리카 대륙을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등 지도와 얽힌 역사적 인물의 사연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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