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신간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 베스트셀러 순위 조작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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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기간에 출판계는 베스트셀러 순위 조작 논쟁으로 한바탕 시끄러웠다.

논란의 중심에 선 작품은 소설가 김훈 씨(67·사진)의 신간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문학동네). 30일 출간된 이 책은 김 씨의 절판된 산문집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2003년), ‘바다의 기별’(2008년) 등에 실린 글 일부와 새로 쓴 산문을 합친 책이다.

이 책이 출간되기도 전인 9월 17∼23일 예약 판매만으로 단행본 출판사들의 모임인 한국출판인회의 종합베스트셀러 순위에서 11위를 차지하자 ‘조작 의혹’이 제기된 것.

새움 출판사 이정서 대표는 지난달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책도 아직 안 나온 데다 교보문고에서 발표한 주간 종합베스트 순위를 보면 200위 안에도 ‘라면…’은 없다. 예스24에서는 주간 39위에 올라 있다”며 “그런데도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을 다 합한 순위 11위에 올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문학동네 측은 지난달 28일 공식 반박문을 통해 “근거 없는 음해”라고 반박했다. 문학동네 관계자는 “출판인회의로부터 집계 자료를 건네받아 분석한 결과 이상이 없었다”며 “추측만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민형사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보는 양측 주장과 관련해 30일 출판인회의의 베스트셀러 순위 집계 방식을 살펴봤다. 이 집계는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알라딘,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 영광도서, 계룡문고 등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 8곳으로부터 일주일간의 종합판매 1∼20위 순위 표를 받아 만들어진다. 교보 등 대부분 오프라인 매장은 인터넷 예약 판매를 포함하지 않는 반면 예스24 등 온라인서점은 예약 분량을 포함시킨다.

이후 1위(20점)부터 20위(1점)까지 점수를 매긴 뒤 온오프라인 서점을 함께 운영하는 교보, 영풍, 반디앤루니스에는 가중치(1.7배)를 준 후 합산해 종합베스트셀러 순위를 낸다. 출판인회의 측은 “‘라면…’은 9월 4주 기준으로 예스24, 알라딘 등 4곳에서 인터넷 예약 판매량이 많아 5∼17위를 기록했다”며 “통계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의혹을 제기한 이 대표는 3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내 의견은 페이스북에서 다 밝혔다. 노코멘트 하겠다”고만 말했다.

출판계에서는 이번 논란이 주먹구구식 국내 베스트셀러 집계 방식 탓에 불거졌다고 지적한다. 출판계에 따르면 전체 출판 유통시장 점유율(단행본 기준)은 온오프라인 서점인 교보문고가 약 25%로 가장 많고 이어 온라인 서점인 예스24가 15% 내외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교보문고와 같은 가중치를 영풍과 반디앤루니스에 주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출판계 관계자는 “국내 베스트셀러 순위를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집계 방식을 공개하고 판매 권수를 중심으로 정확히 산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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